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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이 보였다' 이정후, 번트로 시프트 격파…'타율 0.361' 한국인 첫 ML 타격왕 꿈 아니다

스포티비뉴스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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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을 보는 듯한 활약이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너하임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 경기는 이정후가 천부적인 타격 능력을 뽐낸 날이다.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정후가 상대한 에인절스 선발투수는 베테랑 좌완 타일러 앤더슨. 2022년 시즌 15승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던 수준급 투수로 지난 시즌에도 10승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좌타자에게 강한 좌투수를 상대로 이정후는 손쉽게 안타를 만들었다.


첫 번째 안타가 이정후의 천재성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1회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초구 88.1마일 포심 패스트볼에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에인절스 내야진이 1루 쪽으로 시프트를 걸자 3루 쪽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번트를 댔다. 이정후의 번트 타구는 정확하게 3루 쪽 빈 공간으로 굴러갔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보란듯이 시프트를 무너뜨리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2사 1루에서 이번에도 앤더슨이 던진 초구 89.4마일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했다. 당겨치기에 대비한 '이정후 시프트'를 완전히 비웃는 밀어치기 안타였다.

세 번째 타석에선 앤더슨이 이정후를 이겨 냈다.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 모두 초구를 공략당한 에인절스 배터리는 초구에 기습적인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았다. 이정후는 볼 카운트 1-1에서 89.2마일 패스트볼을 정타로 연결했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잡혔다.


이정후는 0-2로 끌려가던 8회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이번 시즌 에인절스 불펜 필승조 중 한 명인 우완 라이언 제페르잔.


네 번째 타석에선 선구안까지 증명했다. 0-2에 몰렸지만 유인구에 배트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볼 네 개를 연달아 골라 내면서 1루로 걸어나갔다.

이정후는 지난 16일과 17일 필라델피아와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5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전날 경기에선 휴식을 이유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지만 9회 대타로 들어서 내야 안타를 올렸다.


이날 경기를 통해 선발로 출전했을 때 3경기 연속 멀티히트 기록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 8번째 멀티히트.

시즌 타율은 0.361로 올라갔다. 내셔널리그 타격 2위. 또 세 차례 출루에 성공하면서 OPS도 1.066로 끌어올렸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에 이어 내셔널리그 3위다.

이정후가 시즌 초반 보이고 있는 활약은 타격왕 후보로 손색없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지난 10일 보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중견수 이정후가 내셔널리그 타격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아가 "MVP 투표에서 상위 5위 안에 들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비교 대상으로 꼽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타격왕 1순위 아라에스다.


아리에스보다 이정후의 기량이 더 낫다고 주장한 ESPN은 "이정후는 아리에스보다 빠르다. 출루 능력도 더 좋다.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날릴 줄 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며 "게다가 이정후는 윌리 아다메스, 맷 채프먼 사이 타순에 들어간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수가 이정후와 정면 승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투수들에게 낯선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더욱 놀랍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이 꽤 놀랍다"며 "이정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수들을 계속 상대하게 될 것이지만, 거기에서 볼을 맞히는 기술이 작용한다. 이정후는 공을 잘 봤을 때 어떤 투수든 공략 가능하다고 느낀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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