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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에도 '플랫폼'이 경쟁력…미디어·콘텐츠 연계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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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태 교수 “AX 전환의 교두보는 플랫폼”
"AI 원천기술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콘텐츠는 이미 전략 산업, 규제 일변도 정책 문제"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플랫폼의 주도권을 놓치면 AI 시대 산업 경쟁력의 중심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미디어 산업을 함께 전략산업으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입니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18일 열린 정보통신정책학회, 한국통신학회, 한국경영과학회가 공동 주최한 ‘AI 시대 국가 ICT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발표에서 AI 전환(AX) 시대에 플랫폼과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상호 연계성을 짚으며 “플랫폼이 곧 산업의 기반이며, AI 확산의 교두보”라고 진단했다.

플랫폼·미디어 산업의 경제적 가치. 수출 성장률에서 ICT서비스(15.6)와 콘텐츠 산업(16)은 지식서비스 평균(3.8)보다 높았다. 출처=곽규태 교수.

플랫폼·미디어 산업의 경제적 가치. 수출 성장률에서 ICT서비스(15.6)와 콘텐츠 산업(16)은 지식서비스 평균(3.8)보다 높았다. 출처=곽규태 교수.




AI 국가전략은 투 트랙으로… 원천 기술보다는 플랫폼이 핵심


곽 교수는 “AI 원천 기술 분야는 이미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서 뒤처졌음을 인정하고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가장 역량을 집중해야 할 영역은 AX(AI 전환) 전략이며, 특히 산업별 데이터와 도메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산업 특화형 에이전트 AI 플랫폼 개발은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AI 전략 방향에 대해 “AI 원천 기술은 빠른 추격자 전략, AX 대전환은 선도자 전략이라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AI 플랫폼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에 의한 반경쟁적 구조가 형성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미디어·콘텐츠 연계로 승부해야

플랫폼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산업으로는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이 꼽혔다.

곽 교수는 “좋은 콘텐츠 하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을 우리가 소유해야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플랫폼 생태계 육성과 IP 산업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전략적 인식 부족도 문제로 지목됐다.

곽 교수는 “콘텐츠 산업은 지식 서비스 수지 측면에서 ICT와 함께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는 분야”라며, “배터리나 전기차 산업을 뛰어넘는 효자 산업임에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콘텐츠 산업은 산업부의 전략 산업 목록에서 늘 제외된다”며 “고위험 고수익 산업으로 민간 투자가 필수인 만큼, 대기업 참여를 억제하는 구시대적 산업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체부 예산의 2% 내외가 문화예술·관광 등으로 흘러가고 콘텐츠 산업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재정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콘텐츠 산업 재정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플랫폼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 중심적이라는 전문가 평가.  응답자의 72.5%가 동의. 출처=곽규태 교수

플랫폼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 중심적이라는 전문가 평가. 응답자의 72.5%가 동의. 출처=곽규태 교수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에서의 정부부처 정책 리더십 혼재와 어려움. 출처=곽규태 교수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에서의 정부부처 정책 리더십 혼재와 어려움. 출처=곽규태 교수


규제 일변도 정책, 산업 생태계 위축 초래


AI 시대를 맞아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진흥’보다는 ‘규제’ 중심의 정책 구조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곽규태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의 정책 방향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 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먼저 공익성과 시장성이 혼재된 미디어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방송·언론 정책이 공익성에 치우쳐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디어 정책은 시장성 진흥보다는 공익성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방송 관련 법제 전반에서도 산업 진흥 조항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AX(AI 전환) 시대에는 공공성과 산업성을 분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외 사업자 간 비대칭 규제 문제, 수직적 규제 체계의 불균형, 내수 시장 내 수익 분배에만 매몰된 정책 초점 등을 비판하며 “정작 한국 미디어 산업의 미래 방향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어 “플랫폼·미디어 정책의 핵심이 ‘진흥’이 아닌 ‘규제’에 머물러 있다”며, “중복 규제·과잉 규제·졸속 입법 등으로 혁신 환경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 사례로 타다(TADA) 서비스 중단을 언급하며 “같은 일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의 억제 효과로 인해 이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스스로 접히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제안이 올라와 다듬어졌다면, 이제는 아예 밑에서부터 ‘알아서 긴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규제 환경 속에서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도 급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 투자 건수는 2021년 대비 2024년에 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곽 교수는 “입법의 양이 아니라 질로 평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저질 규제의 난립을 막기 위해 학계·시민사회 차원의 견제, 정부 시행령 남발 방지, 체계적 입법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