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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어게인’ 창당 중단…다시 불거진 탈당론 [이런정치]

헤럴드경제 주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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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기자회견 공지 후 4시간 만에 중단
“해프닝으로 끝나야” “존재감 계속 낼 것”
국힘 경선 후보들 “尹결단 내려야” “시체에 소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추진하던 신당 ‘윤 어게인(Yoon Again)’ 창당이 중단됐다. 범보수 진영 안팎에서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영향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실력 행사’에 나설 불씨가 남아있다며, 그의 탈당을 둔 설전이 이어졌다.

시작은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배의철·김계리 변호사가 지난 17일 국회 인근에서 창당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언론 단체대화방을 개설하면서부터였다. 배·김 변호사는 “탄핵 결정 이후 10여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유 진영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를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며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청년 변호사 5명을 주축으로 하는 신당 창당 계획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 세 차례 만나 창당 의중을 전했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년들의 자발적인 윤 어게인 운동이 정치참여로 나타나야 하며, 청년들의 순수한 정치운동에는 아버지처럼 함께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다만 이들은 창당 공지 후 4시간 만에 기자회견 유보를 공지했다. 배·김 변호사는 “현시기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윤 어게인 신당 제안이 대통령님의 의중이나 뜻, 혹은 영향력 행사 등에 대한 여러 오해를 낳을 수 있어 기자회견으로 이를 공식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신당 창당 과정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는지는 논란의 영역에 남아 있다. 배·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대통령께서는 우리 청년들을 만류하셨다”며 “대통령께서는 ‘자유와 책임’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패기있게 행동하라 말씀하셨지만,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할 때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신당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창당 자체는 허락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선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준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윤재옥 국민의힘 대선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준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따르는 젊은이들이 벌인 일”, “해프닝처럼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새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이 시점에 ‘윤 어게인’ 신당 창당이 도움이 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정광재 대변인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로서는 아무리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려고 해도 좋게 볼 수가 없다.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움직임을 알고도 용인했다면 그런 정치적 비난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어떤 의미의 존재감을 계속 발산하실 것”이라고 예단했다. 이 후보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은 독단으로 진행하는 척 하면서 내심 국민의 반응이 있기를 바랄 것”, “배신감을 느끼면서 본인은 창당하겠다고 하는 생각이 좀 들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 에 참석한 유정복(왼쪽부터)·홍준표·김문수·안철수·양향자·나경원·이철우·한동훈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자 비전대회’ 에 참석한 유정복(왼쪽부터)·홍준표·김문수·안철수·양향자·나경원·이철우·한동훈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창당 움직임은 외려 윤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 주장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윤 전 대통령 탈당에 관한 입장을 내놨다. ‘찬탄파(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안철수·양향자·한동훈 경선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 당이 갈라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전날(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은 이제 탈당 결단을 내리셔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대로면 대선은 필패”라며 “전직 대통령을 방어하는 정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도 같은 날 자신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을 과거로 놔드리자. 그리고 우리는 미래로 가자”고 했다.

양 후보도 B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후보들이 윤 전 대통령의 지지세를 등에 업으려고 구걸 전략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가려면 극우와의 절연이 필수”라고 말했다.


반면 ‘반탄파(탄핵 반대파)’인 홍준표 후보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이름으로 정권교체를 해줬다”며 “물론 3년 동안 정치를 잘못해서 탄핵은 됐지만 시체에 또 난도질하는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캠프는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시체’에 비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무례한 표현”이라면서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 해서 당장의 선거를 의식해 탈당을 요구하는 일부 후보들의 주장도 잘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