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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교도소 내부 모습. /움브리아24 |
이탈리아 교정 당국이 수감자의 부부 관계를 허용하는 ‘애정의 방’을 마련했다.
18일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브레시아, 트렌토, 치비타베키아, 볼로냐, 나폴리 세콘딜리아노, 피렌체 솔리치아노 등의 교도소에서 이 시설의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수감자의 부부관계 권리를 인정한 판결 이후 첫 구체적 조치다. 이에 따라 당국은 수감자가 배우자 또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공간은 침대와 화장실이 구비되며 한 번에 최대 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테르니 교도소는 이를 시행한 첫 사례가 됐다. 교정 당국은 캄파니아 출신 수감자가 연인과 함께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교도소 규정에 따라 내부에서 문을 잠글 수 없으며 교도관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방 앞 구역과 이동 경로에는 영상 감시 시스템이 설치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위생 관리를 위한 세부 지침도 마련됐다. 교도관이 외부에서 공간을 감시하며 면회 전후로 공간 점검이 이뤄진다. 필요한 침구류는 지정된 담당자가 직접 제공하고 청소와 소독은 지정된 수감자가 담당한다.
이용 자격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특히 가석방이나 특별휴가 등 외출 기회가 없는 장기 수감자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 제도에서 제외되는 수감자도 있다. 마피아 조직원 수용 체제인 41-bis 대상자나 마약, 휴대전화 등 금지품 소지로 처벌받은 수감자들은 이용이 제한된다. 교도소 측은 보안과 질서 유지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움브리아주 수감자 인권보호관인 주세페 카포리오는 “수감자들의 가족 면회 요청이 많아 더 많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정 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약 1만7000명의 수감자가 이 제도의 잠재적 수혜자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시설 부족 문제가 걸림돌로 지적된다.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부 장관은 “이탈리아 전체 189개 교도소 중 32개 시설만이 적합한 공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57개 시설은 공간 부족으로 프로그램 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교도관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방역 절차나 성병 예방 대책이 없다”며 “수감자와 직원들의 건강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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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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