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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우리 집 같네” 찬장에 수두룩한 애물단지…당장 꺼내야 하는 이유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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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에 놓인 각종 텀블러.[X(구 트위터)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쓰자니 귀찮고, 버리자니 찝찝하다”

부엌 찬장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애물단지 ‘텀블러’. 환경 보호를 이유로 하나, 신상품이 예뻐서 하나. 무심코 사다 보면 먼지만 쌓인 채 방치되기 일쑤다.

막상 버리자니 그것도 고민. 환경오염만 유발하는 ‘비양심’ 시민이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얼마나 써야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알고 보면 그 문턱은 높지 않다.

텀블러 하나로 최소 18개의 플라스틱 컵만 아껴도,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끔의 실천을 통해서도 충분히 텀블러의 ‘가성비’를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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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카페에 텀블러 신상품이 전시돼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가 기후테크 기업 오후두시랩에 의뢰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스테인리스 텀블러와 일회용 컵의 탄소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텀블러 생산 및 폐기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약 18개를 만들고 버리는 것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은 흔히 사용되는 16온스(453㎖) 용량의 스테인리스 텀블러와 카페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종이컵 등 3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탄소배출량은 원재료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 배출되는 양으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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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장에 놓인 텀블러들.[X(구 트위터) 갈무리]



그 결과, 290g짜리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원료 생산부터 폐기 과정까지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1.146㎏으로 집계됐다. 차가운 음료를 담아주는 플라스틱 컵(빨대 포함)의 탄소배출량이 약 66g인 것을 고려하면, 텀블러가 17.2배 더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스테인리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기 때문. 스테인리스는 16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여야 하는 특성상,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16온스 용량 텀블러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를 생산하는 데만 924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폐기까지 모든 과정 배출량의 80%에 달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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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와 종이컵, 플라스틱컵 생산 및 폐기에 따른 탄소배출량 비교.[오후두시랩 제공]



다시 말해, 텀블러 하나는 플라스틱 컵 17.2개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수치를 그대로 볼 수는 없다. 텀블러는 일회용이 아니다. 분석 결과를 바꿔 말하면, 텀블러를 사용해 최소 18개 이상의 플라스틱 컵을 아낄 경우, 총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종이컵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더 적다. 통상 따뜻한 음료를 담아주는 종이컵 1개의 탄소배출량은 약 30g. 텀블러 하나의 탄소배출량과 맞먹으려면 종이컵 37.8개를 소비해야 한다. 텀블러로 최소 종이컵 38개 이상을 절약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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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장에 페트병이 쌓여있다. 주소현 기자



꾸준한 사용 습관은 더 큰 차이를 부른다. 1년간 평일 기준 오전·오후 매일 2잔의 음료를 플라스틱 컵을 통해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탄소배출량은 31.77㎏, 종이컵은 9.13㎏이다. 1년간 텀블러를 사용했을 때(1.15㎏)와 비교했을 때 각각 28배, 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1년간 플라스틱 컵 사용으로 배출된 탄소량 31.77㎏을 상쇄하려면, 성인이 약 5일간 어떠한 전기도 사용하지 않고 ‘정전’ 상태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는 소나무 3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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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회용 컵 쓰레기.[헤럴드DB]



하지만 텀블러를 이용했을 때의 탄소배출량(1.15㎏)은 단 4시간 동안 정전 상태에서 생활하면 줄일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 나무로 환산해도, 3그루가 단 12일 동안 흡수하는 양에 불과했다.


이같은 차이는 텀블러 사용 기간이 길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심지어 텀블러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탄소배출량은 더 줄어든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폐기 과정에서 총 탄소배출량의 10%가량을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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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카페에 텀블러 신상품이 전시돼 있다. 김광우 기자.



텀블러 사용은 탄소배출 외 환경오염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플라스틱 컵의 경우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500년가량이 소요된다. 심지어 분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 내, 해양 및 토양 오염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비교적 작은 실천으로도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이수연 오후두시랩 연구원은 “텀블러를 감싸는 포장재 등 여타 요인에 의한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할 경우, 분석 결과보다는 조금 더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에 가까울 것”이라면서도 “빈도가 잦지 않더라도, 꾸준한 사용만으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후두시랩은 기업, 제품, 도시,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그린플로(Greenflow)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분석 결과 또한 그린플로 플랫폼을 통해 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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