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모집인원 3058명 동결 확정 정부 “복귀 마중물” 기대
강경파 의대생 “수업 계속 거부…언제든 말바꿔”
의대생들 예외 허용 ‘학습효과’…“승리감 도취”
24·25·26학번 동시 수업 ‘트리플링’ 가능성 커져
강경파 의대생 “수업 계속 거부…언제든 말바꿔”
의대생들 예외 허용 ‘학습효과’…“승리감 도취”
24·25·26학번 동시 수업 ‘트리플링’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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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리면서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을 무너뜨렸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착수했지만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반복하며 신뢰도도 허물어졌다. 이번 동결 결정의 당위성을 두고 정부는 ‘미복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위한 ‘마중물’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들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1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한 것을 두고 환자와 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파열음이 나왔다. 의대 관련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도 안타깝다는 기류가 확인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추가 복귀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에서도 ‘동결 선언’ 이후에는 신뢰도가 높아져 복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4월 이내에는 50% 이상 돌아올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언급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대 모집 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는 이견이 나왔다. 환자와 시민 단체도 반발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그간 중증 질환자들이 참고 견딘 고통이 물거품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대 증원 동결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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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인근 신호등에 주황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
의대생들 “누가 정부의 말을 믿겠나”
정부는 더 많은 학생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움직일 기미가 없다. 일부 강경파 의대생들은 수업을 계속 거부하며 협상력을 유지해야 하고, 정부가 언제든 말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의대생 단체는 ‘정원 3058명 확정’ 보도가 나왔던 지난 16일 경북대·인제대·이화여대 의대 학생들과 합동간담회를 열고 “투쟁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라는 내용이 담긴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의대생들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전국의사총궐기’ 참여 독려도 이뤄지고 있다.
의대생 A 씨는 ‘3058명’ 선언에도 “정부가 모집인원을 결정해 놓고 말장난하고 있다”라며 “올해 말로는 동결됐다 하지만, 정원은 이미 5058명이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언제든 증원할 수 있는 상황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양치기 소년과 다름없다”라며 “필수의료패키지 철회, 의대 증원 철회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복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의대생 B 씨는 “정부가 이미 수차례 말을 바꿨는데 누가 정부의 약속을 믿겠느냐”라면서 “(이번 동결 결정으로)주변 일부 친구들은 승리감에 도취된 것 같다, 투쟁을 이끄는 이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생들은 정부가 먼저 ‘선빵’을 날려서 강제로 1년을 버리게 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으면 돌아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제 돌아가고 싶어도 눈치가 더 보여서 못 갈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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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의대생 수업 거부 이후 ‘후퇴한 사례’ |
교육부는 실제로 지난해부터 의대생에게 하나씩 예외를 허용해 왔다. 지난해 교육부는 의대생 ‘동맹휴학 불허’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 10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의대생 휴학 승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동맹휴학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당시 교육부는 대면수업 대신 동영상 강의 수강 허용 등 각종 학사 유연화 조치마저 용인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달 교육부는 의대생의 ‘전원 수업 복귀’를 전제로 증원 동결을 내걸었지만 수업 복귀율이 낮은 상황임에도 정원 동결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원칙을 어길 때마다 “입시 일정과 의대 교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이런 행태는 의대생들에게 ‘누우면 이긴다’는 학습효과를 줬다는 인식만 남긴 셈이다.
끝까지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유급된다면 결국 의대교육은 24·25·26학번 등 3개 학번이 1학년 수업을 동시에 받는 ‘트리플링’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또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되면서 2년 연속 의료 인력이 배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일부 대학에서는 벌써부터 ‘트리플링’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동아대의 경우 내년 26학번 신입생들에게 ‘수강 신청’ 우선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전날 “수강신청 우선권 관련 문의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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