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22)
유치권 소송, 채권 시효 중단 효력 인정
적극적 권리행사 의사 표명으로 판단
건설업체 채권 보전 수단 확대, 주의 필요
유치권 소송, 채권 시효 중단 효력 인정
적극적 권리행사 의사 표명으로 판단
건설업체 채권 보전 수단 확대, 주의 필요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를 마치고도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공사업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곤 한다. 유치권은 공사대금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건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지만, 그 바탕이 되는 공사대금 채권 자체가 소멸하면 유치권도 힘을 잃게 된다.
최근 대법원은 유치권의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그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결(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 사건은 오피스텔 신축공사에 참여했던 하도급업체들(원고)이 건축주(피고1)와 신탁회사(피고2, 현재 소유자)를 상대로 공사대금 채권에 기한 유치권의 확인을 구한 소송이었다.
![]() |
사진= 챗GPT 달리 |
최근 대법원은 유치권의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그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이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결(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 사건은 오피스텔 신축공사에 참여했던 하도급업체들(원고)이 건축주(피고1)와 신탁회사(피고2, 현재 소유자)를 상대로 공사대금 채권에 기한 유치권의 확인을 구한 소송이었다.
1심 법원은 건축주(피고1)에 대한 소는 각하했지만, 현 소유자인 신탁회사(피고2)를 상대로는 일부 원고의 유치권을 인정했다(청주지방법원 2020가합244).
그러나 항소심(2심)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원고들의 공사대금 채권이 3년의 단기 소멸시효로 완성됐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은 원고들이 별도의 시효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유치권 확인 소송’ 제기만으로는 공사대금 채권의 시효 중단 효력이 없다(민법 제326조 근거)고 판단하며 피고2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대전고등법원 2023나51643).
이에 원고들이 상고했고,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 중 피고2 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소멸시효 제도는 오랫동안 지속된 사실 상태를 존중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으려는 데 취지가 있다. 따라서 권리자가 재판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권리 위에 잠자고 있지 않음’을 표명했다면 시효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재판상 청구’는 반드시 소멸시효 대상인 권리(여기서는 공사대금 채권) 자체의 이행 청구나 확인 청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권리를 기초로 하는 다른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여기서는 유치권 확인 소송)에서 피담보채권(공사대금 채권)의 존재를 주장하고 이에 대해 실질적인 심리가 이루어졌다면, 이 역시 권리 실행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아 재판상 청구에 준하여 소멸시효 중단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유치권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그 전제로서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 채권의 존재를 주장했고, 피고들이 이를 다투어 실질적인 심리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비록 소송의 형태가 ‘유치권 확인’이었더라도, 이는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이므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항소심이 민법 제326조(유치권 행사는 채권 소멸시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만을 근거로 시효 중단 효과를 부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건설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체가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했을 때, 반드시 공사대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유치권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다툰다면, 그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채권 보전을 위한 법적 수단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둘째, 건물 소유자나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사업체가 유치권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경우, 단순히 유치권 성립 요건(점유, 견련성 등)만을 다툴 것이 아니라, 피담보채권 자체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더라도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유치권 확인 소송 제기 자체가 시효 중단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확실하고 분쟁의 소지가 적은 방법은 여전히 소멸시효 기간 3년이 지나기 전에 공사대금 지급을 직접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유치권 확인 소송을 통한 시효 중단은 소송 과정에서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명확히 주장하고 다투었는지 등 구체적인 소송 진행 경과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유치권 확인 소송’ 역시 ‘권리 위에 잠자지 않는’ 권리자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 방식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공사대금 채권과 유치권을 둘러싼 법률관계 해석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건설 관련 분쟁 당사자들은 이러한 법원의 입장을 잘 숙지하고 자신의 권리 보호 및 방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