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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해임' 압박한 트럼프, 속으로는 대공황급 사태 우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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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거부한 파월에 불만이지만
트럼프,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 인지
백악관 "파월 해임 계속 검토할 것"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시절인 2017년 11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 기구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해임을 거론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해임에 따른 후폭풍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파월 의장의 거취를 계속 검토하겠다며 연일 기준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해 그가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이미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더 큰 변동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파월 의장 해임 시 법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같은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거듭 보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어느 정도 납득한 상황이라는 것이 참모들의 설명이다.

여러 부작용을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는 수개월 동안 자신의 재임 기간에 1929년 대공황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정치적인 의도로 일부러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으나 당장 파월 의장 교체에 나서지도 않게 됐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 몇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 방안을 은밀히 논의해 왔으나 임기 만료 전에 그를 쫓아낼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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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메멧 오즈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장 취임식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을 언급하며 "내가 그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는 정말 빨리 그 자리를 떠나게 될 것이다. 난 그에게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파월 의장에 대해 "항상 너무 늦고 틀린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며 "임기 종료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백악관은 연일 파월 의장의 사임을 압박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직 가짜뉴스 매체만 물가가 오른다고 보도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하는 연준 의장이 있다면 기준 금리도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월은 기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