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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테마주의 주가는 기업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움직인다.[사진|연합뉴스] |
# 숱한 정치 테마주가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보름 만에 10배 가까이 치솟은 종목은 경계가 아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만큼 '불안정적인' 투자 대상은 찾기 힘들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기 때문이다.
# 대표적 사례는 '이재명 테마주'의 대장으로 꼽히는 성지건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도, 주가가 2일부터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 문제는 정치 테마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 테마주 광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언젠가 투자자가 치러야 할 정치 테마주의 위험함을 이대로 둬야 하는 걸까. 視리즈 정치 테마주 위험의 악순환 2편이다.
우리는 視리즈 정치 테마주 위험의 악순환 1편 '이재명株, 한동훈株, 김문수株… 대선 테마주 불장난과 불구경'에서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지 살펴봤다.
테마주를 만들어 내는 요인은 숱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이다" "성씨의 본관本貫이 같다" "기업의 소재지가 유력 인사의 교향에 있다" 등 낯부끄러운 이유를 들어 테마주로 엮었다.
그럼에도 주가는 춤을 췄다. 최근 이재명 테마주의 대장으로 떠오른 상지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8일에도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았지만 주가가 돌연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전 거래일 대비 12.33% 폭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테마주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 정치 테마주의 기승 = 그런데도 정치 테마주를 향한 투자자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18일 경남스틸·한국선재 등 홍준표 국민의힘 예비 대선후보의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정치 테마주 투자 열풍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정치 테마주는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분명하다. 양당의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대선후보가 좁혀질수록 관련주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증가할 것이다.
정치 테마주가 이렇게 기승을 부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소는 각종 테마주에 816건의 시장경보조치(투자주의·투자경보·투자위험·거래정지)를 내렸다. 이중 정치인 테마주는 가장 많은 186건으로 전체의 21.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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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확산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정치인 테마주의 변동성을 높였다는 게 한국거래소의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 이슈 중 가장 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가 꿈틀거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여느 테마주처럼 정치 테마주 역시 기업의 실적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상지건설이(이재명 테마주)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2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1일 3165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잇따른 상한가에 힘입어 17일 4만3400원으로 13배 이상 치솟았다.
2023년 372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267억원의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는 걸 감안하면 납득할 수 없는 상승세임이 틀림없다. 언제 하락세로 돌아서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정치 테마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이 베팅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장기화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침체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증시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블랙 먼데이가 터진 7일 코스피지수는 2328.20포인트를 기록했다.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9일엔 2293.70포인트로 떨어지며 2023년 11월 1일(2288.64포인트) 이후 1년 5개월 만에 2200포인트대를 기록했다. 이후 국내 증시가 회복하긴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어서다.
정우철 블랙펄자산운용 대표는 "잘만 투자하면 수십에서 수백퍼센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정치 테마주로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며 "기업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봐야 하는 주식 투자와는 거리가 먼 투기"라고 꼬집었다.
■ 마땅한 규제 없어 = 이처럼 정치 테마주는 투자자도 알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도 알고 있는 이슈다. 문제는 정치 테마주가 주식시장을 어지럽히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 거래과정에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후 제재에 불과해 시장의 출렁임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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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큰 정치 테마주에 섣불리 투자했다간 손실을 볼 수 있다.[사진|뉴시스] |
한국거래소는 "시황 변동이 극심하게 발생한 종목은 조회공시 요구,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통해 관리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도 "테마주를 사전에 규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정치 테마주가 날뛰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정치 테마주에 투자해 누군가는 돈을 벌겠지만 누군가는 큰돈을 잃을 것이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실적에 기반한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늘 그렇듯 대선이 끝나면 투자 열기는 싸늘해지고, 주가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라서다. 그런데도 할 수 있는 건 '테마주 광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 정치 테마주, 위험한 불장난을 구경만 해도 괜찮은 걸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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