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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 갖춘 中 고정 구조물, 3년 전부터 서해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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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에 ‘강철 말뚝’ 박은 중국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석유 시추선 형태의 고정 구조물을 설치해 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일반적인 형태의 석유 시추선을 촬영한 것이다./나무위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석유 시추선 형태의 고정 구조물을 설치해 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일반적인 형태의 석유 시추선을 촬영한 것이다./나무위키


정부는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한 이른바 ‘선란 관리 시설’이 해저에 철제 다리를 내린 고정식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이동식 양어장이라고 주장하는 선란을 앞으로 2~3년 내 최대 12기까지 늘려나갈 계획이어서 ‘관리 시설’도 추가 설치될 가능성이 크다. 해군 관계자는 18일 “대형 이동식 구조물이 여러 기 넓게 포진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서해 점유력이 커지는데, 여기에 ‘알 박기’ 시설인 고정 구조물까지 늘어나면 한미 군함이 PMZ에 접근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합참 자료 등에 따르면, 중국은 ‘내해화 전략’에 따라 PMZ가 포함되는 서해 동경 124도에 일방적으로 ‘작전 경계선’을 긋고 다양한 해상 훈련을 하고 있다. 이에 상응해 한미 연합군도 이 인근에서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PMZ에 중국의 이동식 및 고정식 구조물이 대거 포진할 경우 한미 해상 작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해양 강국 건설’ 선언 이후 남중국해와 함께 서해에서도 대형 철골 구조물 설치를 늘려나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최근 선란 3호 제작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조만간 지상에서 서해로 이동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만든 해상 구조물. 각각 직경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이다. 여야는 중국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해양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신화통신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만든 해상 구조물. 각각 직경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이다. 여야는 중국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해양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신화통신


중국은 2018년 처음으로 선란 1호기라고 이름 붙인 직경 70m·높이 71m 구조물을 PMZ의 서쪽 끝부분에 배치했다. 중국은 “첨단 데이터 장비로 연어 40만마리를 키우고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선란 1호 배치 당시만 해도 순수 어업용이라고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PMZ에서는 어업 활동 이외 다른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 활동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2022년 선란 1호기 인근에 석유 시추선 형태 고정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를 선란 관리 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는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중국은 관리 시설 활동을 잠시 중단했지만, 이후 해당 시설을 확대 개조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선란 2호기를 제작해 선란 1호기 인근 해상에 추가 배치했다. 6년에 걸쳐 PMZ에 대형 구조물 3기가 설치된 것이다. 중국은 고정 구조물인 관리 시설에 10여 명을 상시 배치하고 소형 선박을 통해 선란 1·2호기를 오가며 관리하고 있다. 관리 시설은 선란에 접근하는 선박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물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2월 25일 해양 조사선을 보냈지만, 중국은 고무보트 등을 동원해 가로막았다. 이에 한국 해경도 함정을 급파했고 현장에서 중국 해경과 2시간여 대치했다. 해경 관계자는 “중국 측 인원이 흉기까지 들고 위협했다”면서 “중국 측이 구조물에 한국 조사선의 접근을 막으려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구조물을 근거로 영유권 주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은 해상 진출로 확보를 ‘대국 굴기’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에 이어 서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자국 군함의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해상에 고정 구조물을 늘려 일종의 인공섬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중국은 한국이 군사 대응을 하기 애매한 선을 오가며 PMZ를 야금야금 차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한 국방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상대방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회색 지대’ 전술로 ‘바다 공정’을 지난 10여 년간 펼쳐오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교묘한 수법”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시 주석이 해양 강국 건설을 국가 전략 목표로 제시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남중국해에 인공섬 건설을 늘려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남중국해 전체(350만㎢)의 80% 이상을 ‘중국 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도 천연가스전 시추 구조물과 부표 등을 잇따라 설치해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대규모 군함, 전폭기를 동원해 서해를 전장(戰場)으로 상정한 중국의 군사 훈련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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