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처럼 달러 환율이 높을 땐 미국 증권사 펀드를 사야 한다' 이런 식으로 특정 펀드를 사라고 부추긴 경제 유튜브 채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짜 펀드'였습니다. 경찰이 수십억원을 챙기고 사라진 일당을 추적 중입니다.
정인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구독자 9만 명 가까이 되는 한 유튜브 채널입니다.
각종 경제 정보를 알려주는 영상들을 올려놨습니다.
30대 회사원인 이모 씨는 지난달 12일 이 채널에서 미국 증권사가 판매하는 헤지펀드 소개 영상을 봤습니다.
환차익과 함께 매달 2.4%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같은 상품을 추천했습니다.
[A씨/경제 유튜버 : 현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이기 때문에 (달러 외환펀드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올바른 선택인 거죠.]
[B씨/경제 유튜버 :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8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 투자전략을 입증했습니다.]
댓글에 있는 증권사 홈페이지 링크에 들어가 보니 회사가 1994년에 설립되었다고 영어로 적혀 있었습니다.
본사는 뉴욕 그리니치에 있다며 주소도 써 놨습니다.
이씨는 펀드에 1억원을 투자했고, 이틀 동안 10만원씩 수익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투자금을 보낸 지 5일 만에 홈페이지 배너가 다른 이름의 증권사로 바뀌었습니다.
로그인을 할 수 없었고, 유튜버들의 상품 추천 영상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모 씨/유튜브 사기 피해자 : 똑같은 (홈페이지) 레이아웃에 아래 주소가 그리니치에서 월스트리트로 바뀌고, 메일 주소, 고객센터 메일 주소도 살짝 달라져 있고.]
고객센터 메일로 상품 해지 요청을 했지만 "3일 안에 돌려주겠다"는 답장만 왔고, 돈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이름과 증권사, 상품 이름을 바꿔가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방식의 사기였습니다.
최근에는 몽골 은행을 사칭해 가짜 채권 상품을 홍보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C씨/경제 유튜버 : 몽골에서 꽤 오래된 금융기관이고, S&P 기준 BBB+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달러 기반으로 이자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흥미가 확 생겼어요.]
경찰은 이씨를 포함한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김준택 / 영상편집 김지우]
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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