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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 벗고 훌훌 떠난 문형배…"평균인의 삶" 이어가나? [스프]

SBS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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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에 생중계를 탄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데요, 오늘(18일) 법복을 벗었습니다.

문 권한대행은 현대사의 한 장면을 남긴 것 외에 삶의 궤적도 크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재산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 질문에 "평균인의 삶을 다짐했다"는 답변한 건 삶의 철학을 대변한 장면으로 유명합니다.

퇴임사 원고 통째로 외운 문형배



6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무리하는 날.

문형배 재판관은 말끔한 정장 차림에 가슴에는 꽃을 달고 퇴임식장에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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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6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칩니다. 여정을 같이 한 여덟 분의 재판관님들께 경의를 표합니다"는 말로 퇴임사를 시작했습니다.

3쪽 분량의 원고가 준비돼 있었지만 문 재판관은 원고를 보지 않았습니다.


원고를 통째로 외워 참석자들에게 얘기하듯 퇴임의 소회를 전했습니다.

문 재판관은 ▲ 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 ▲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세 가지를 마지막으로 당부했습니다.

특히 '결정에 대한 존중'과 관련해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겁니다. 즉, 헌법에 답이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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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문 재판관은 개인적 인연을 다수 언급했습니다. 헌재 내 테니스 동호회 '파워 테니스', 걷기 동호회 '뚜동회', 자신의 판결 기사를 많이 쓴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 등을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사회 통합 위해 관용과 자제 필요"



문 재판관이 어제(17일)는 인하대에서 '법률가의 길'에 대해 특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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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시간에 '최근 몇 달 동안 분열과 혼란을 겪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문 재판관의 답은 "관용과 자제"였습니다.

"관용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자제는 힘 있는 사람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며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 (야당의) 탄핵소추는 그 선을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넘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라며 윤 전 대통령 선고를 언급했습니다.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며 "나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너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면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통합을 우리가 좀 호소해보자. 그게 탄핵 선고문의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 "만장일치를 이뤄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사건 평의 과정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평균인의 삶 다짐"…행동으로 실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 문 재판관 삶의 궤적도 다시 조명받았습니다.

문 재판관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2년 부산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산고법 부장판사이던 2019년 4월 문재의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헌법재판관에 취임했습니다.

인사청문회 때 문 재판관은 자신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저는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낡은 교복과 교과서일 망정, 물려받을 친척이 있어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인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묵묵히 선행을 베풀어 온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삶의 철학도 배웠다고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석 달 전에는 경남 진주 시민사회가 마련한 김장하 선생 생신 잔치에서 김장하 선생 가르침을 떠올리며 몇 번을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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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자기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울먹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것이 있다면.. (청중 박수)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형배 헌법재판관, 김장하 선생 생일 축하 행사, 2019년 1월





인사청문회 때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다짐은 오래 회자됐습니다.

당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재산이) 너무 과소한 거 아니냐.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 겁니다.

문 재판관은 당시 신고 재산이 6억 7545만 원이었고, 본인 재산은 약 4억 원에 못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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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습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통계를 봤는데 평균 재산이 가구당 한 3억 원 남짓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재산은 한 4억 조금 못 되는데요. (중략) 평균 재산을 좀 넘어선 거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습니다.

-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2019년 4월





올해 공개된 문형배 재판관 재산은 부모, 자식을 제외하고 11억 원 정도입니다.

"변호사 활동 않겠다" 약속도 지키나?



문 재판관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응원하겠습니다"라고 퇴임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말처럼 퇴임 뒤 원래 거주지인 부산으로 내려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간의 경찰 경호도 종료됐습니다.

문 재판관은 6년 전 인사청문회 때 "헌법재판관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 재산으로) 애들하고 먹고살겠어요, 일생?"이라는 질문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 제가 기대하는 것은 시니어 법관 같은 그런 제도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문 재판관이 말한 시니어 법관 제도는 6년 지난 지금도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최근 풍부한 재판 경험을 지닌 판사가 정년 이후에도 재판 업무를 계속 담당하도록 하는 '시니어 판사' 제도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혼할 때 '평균인의 삶'을 다짐해 실천했다는 문 재판관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평균인의 삶'을 살아갈지도 궁금해집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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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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