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8일 퇴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장을 맡았던 문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무시할 때 사회질서가 흔들린다”고 했다. 탄핵에 반대하고 헌재를 공격했던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 헌법을 위반하면서 탄핵심판을 방해했던 한덕수·최상목 두 권한대행이 특히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문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되어야겠지만, 대인논증 같은 비난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관 퇴임식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가짜뉴스를 근거로 문 권한대행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가 수정한 바 있다. 문 대행이 미성년자 성착취물에 댓글을 달았다고 공격했으나, 조작된 사진과 가짜뉴스에 근거한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문 대행을 깎아내리려고 혈안이 됐던 탓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 대행이 5년 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친상 빈소를 찾았을 정도로 이 전 대표와 절친이라고 주장했다가 “조문하거나 조의금을 낸 적 없다”고 헌재에 반박당하자 번복했다. 국가의 근간을 지탱하는 헌법기관을 흔드는 게 집권여당이 할 일인가.
조선일보의 헌재 공격도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재판관 월급이 인상된 것을 두고, ‘헌법재판관 회의서 월급 3% 셀프 인상’이라는 제목(3월19일치)을 달아 마치 헌재가 스스로 보수를 올린 것처럼 보도했다. 뭐든 꼬투리를 잡아 헌재를 공격하려다 벌어진 일이다. 헌재가 전원일치로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한 뒤에는 ‘정당 파견원 된 헌법재판관들’이라는 사설을 썼다.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헌법의 취지에 맞는 당연한 결정을 내린 재판관들을 이렇게 폄하해도 되는가.
헌재는 12·3 내란으로 헌정질서가 파괴될 위기에서 엄정하고 단호한 결정으로 헌법을 지켜냈다. 법원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내란 불안감’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회복력에 대한 믿음을 줬다. 문 대행은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할 때 헌재가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가 그런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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