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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뉴스1 ⓒ News1 DB |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서예지가 자신의 과오를 희화화하는 행보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2021년 불거진 전 연인이자 동료 연기자 김정현 가스라이팅(gaslighting) 논란을 최근 들어 예능과 유료 팬 소통 플랫폼 등을 통해 유머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서예지는 이달 12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SN L코리아7'에서 "크루들을 다 가스라이팅해서 재밌게 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뒷목이 딱딱하다"는 크루 김원훈에게 "단단한 거라고요"라고 말하는 콩트를 선보였다.
서예지는 지난 17일에는 유료 팬 소통 플랫폼에서 한 팬이 "김정현인지 박정현인지 그 사람만 생각하면 화가 난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그 이름 금지, 스트레스"라고 반응했다. 더불어 한 팬이 "그거 처음 찍은 건 너무 딱딱하지 않냐"고 하자 "어허 단단"이라고도 답했다.
과거 서예지의 가스라이팅 논란 당시 공개된 "김딱딱씨, 스킨십 다 빼시고요"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는 큰 파장을 불러왔다. 김정현은 배우 서현과 MBC 드라마 '시간' 주연을 맡았으나, 2018년 7월 진행된 제작발표회 당시 무표정으로 일관했고 단답형으로 답변하거나 팔짱을 거부하고 접촉을 피하는 모습까지 보여 취재진까지 무안하게 했다. 이는 김정현의 '배우병' 논란으로까지 일파만파 번지며 작품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후 김정현은 섭식 장애 등 건강상의 이유로 드라마 방영 한 달 만에 작품에서 중도 하차했다. 논란이 덮이는듯했지만 3년 후 김정현의 대본 수정 요구설 및 이는 서예지의 조정에 의한, 이른바 가스라이팅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현은 '시간' 종영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촬영 과정에서의 마음고생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김정현의 중도 하차 이후 홀로 작품을 책임졌던 데 대해 "나마저 흔들리면 작품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고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혼자 잘 끌고 나가야 하는데 흔들리면 나 때문에 망칠 수 있겠다는 부담감이 컸다"며 "당시엔 '어떡하지' 하면서도 그냥 너무 힘들었다, 아프지도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도 했다. 멜로라인 변경 등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바뀌는 바람에 아쉬움은 많이 있었다"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당시 논란을 대하는 서현의 태도는 인상적이었다. 주연 배우가 드라마와 작품에 참여한 이들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던 초유의 사태였음에도, 상대 연기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절제하며 배려하고자 했던 성숙한 모습이 엿보였다. 자신이 입은 피해를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며 주연으로서 짊어졌던 책임을 분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겪은 심적 부담감을 이야기하는 정도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주연 배우로서 서현의 진면목은 이때 더욱 주목받았다.
서예지는 지난 2022년 tvN 드라마 '이브'로 복귀를 앞두고 공식 사과했으나, 3년이 지나 돌연 가스라이팅 논란을 셀프 소환했다. 일각에선 연예인의 이같은 셀프 디스 전략을 '연출된 반성'으로 보기도 한다. 대중과 팬에게 자신을 먼저 깎아내리며 스스로를 솔직하면서 쿨하고 친근한 연예인으로 메이킹하고자 할 때 쓰이기도 해서다. 이는 논란의 본질을 흐리고 과오를 웃음으로 축소하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는 점에서 종종 불편하다는 반응을 낳기도 한다. 반면 자신의 과오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음을 드러내며, 진실하고 엄중한 자기비판을 담았다면 공감을 얻기도 한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서예지의 최근 언행은 불편하게 다가오고 있다. '배려'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으로 피해를 본 연예계 동료들이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데다, 여전히 여러 사람들이 당시 논란을 기억하고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은 서예지가 과거 가스라이팅이 논란을 단순 웃음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인 제공자로서 사과문을 통해 과오를 인정했지만, 서예지의 요즘 행보는 뉘우침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모든 일은 제 미성숙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고 성숙해진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본인이 직접 쓴 사과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aluemcha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용어설명> ■ 가스라이팅(gaslighting) 상황 조작 및 뛰어난 설득을 통해 타인 마음에 스스로 의심을 불러 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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