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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원전 선물?…인도 '무제한 책임' 손해법 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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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정부, 2047년까지 원전 12배 확대 목표
원전 책임 상한 명시해 공급업체 우려 해소
GE·웨스팅하우스 등 美 기업 수혜받을 듯
인도, 미국과 무역 협상 촉진 효과도 기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도 정부가 외국 원자력 발전소 장비 공급업체의 사고 책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원전 책임 손해배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제한 책임’ 우려로 인도 시장 진출을 미뤄온 미국 원전 기업들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월 13일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모디 정부는 2047년까지 자국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12배인 1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공급업체의 책임 범위를 계약금액 내로 제한하는 핵심 조항을 포함한 개정 법안을 마련했다.

인도에서 2010년 제정된 원전 책임 손해배상법은 사고 발생 시 공급업체가 무제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GE와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오랜 기간 인도 진출을 망설이게 만든 요인이었다.

인도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개정안은 오는 7월 시작되는 몬순 회기 중 의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모디 정부는 이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사고 발생 시 원전 운영자가 공급업체에 청구할 수 있는 배상 금액을 ‘계약 금액 내’로 명시하고, 그 청구 가능 기간도 계약서에 규정된 범위로 제한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이 같은 한도를 두지 않아 공급업체의 리스크가 무한정 확장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원자로 공급업체가 아닌 운영자에게 안전 유지 책임을 부여하는 국제 규범에도 부합한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딜로이트 사우스아시아의 데바시시 미슈라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인도는 깨끗하고 필수적인 원자력이 필요하다”며 “책임 상한 설정은 공급업체의 가장 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법 개정은 미·인도 간 무역 협상을 가속화할 카드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양국은 올해 안으로 양자 무역 규모를 현재 191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5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중·소형 원자로에 대해서는 책임 상한선을 5800만 달러 수준으로 설정할 예정이며, 대형 원자로는 기존 1억7500만 달러의 상한을 유지할 방침이다.

2010년 제정된 인도의 원전 책임 손해배상법은 1984년 보팔 가스 누출 참사에서 유래했다. 당시 미국계 유니언카바이드 공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유출 사고로 5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회사는 1989년 4억7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이 법은 이후 서방 기업들의 인도 원전시장 진출을 막는 주요 장애물이 됐으며, 2008년 체결된 미·인도 핵 협력 협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와 프랑스 기업은 자국 정부가 사고 책임을 보증하고 있어 진출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인도 정부는 향후 민간 부문에도 원전 건설을 개방할 계획이며,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타타파워, 아다니파워, 베단타 등 대형 기업들과 각각 약 5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도의 에너지 수요 증가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