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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팀 쿡처럼"... 트럼프 관세 폭탄 피한 애플엔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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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때도 관세 피했던
팀 쿡의 '트럼프 공략법'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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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9월 아이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으로 브이를 그려 보이고 있다. 쿠퍼티노=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데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조용하지만 공격적인' 로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쿡은 트럼프 1기 때도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만나 소통했고, 그 덕에 당시에도 그를 설득해 관세 폭탄을 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책사 반대에도 강행된 '아이폰 면세'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쿡은 지난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관세가 아이폰 가격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백악관 고위 인사들과도 접촉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인 11일 미국 정부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최고 125%(중국)의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삼성전자와 휴렛패커드, 델 등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테크기업들이 이 조치의 혜택을 보게 됐지만, 최대 수혜자는 애플이었다. 아이폰 미국 판매 물량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전자제품들에는 향후 '반도체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 조치만으로도 최소 수개월 동안 애플은 관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은 특히 "(트럼프 관세 정책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려졌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가 직접 이를 지시했을 것으로 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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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1월 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애플 제조 공장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스틴=AP 연합뉴스


트럼프 "쿡 방식 높이 평가"... 어떻길래


쿡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식에 사비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트럼프와의 스킨십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노력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고, 이미 트럼프 1기 때부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쿡은 로비스트나 대관 담당자를 보내는 대신 자신이 직접 트럼프에게 전화하거나 식사 자리를 마련해 만나는 방식으로 접촉했다고 한다. 또 트럼프와의 만남에서는 대화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한 가지 주제만 가져가는 전략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작전은 트럼프에게 제대로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슨에 따르면, 트럼프는 '중간 사람을 끼우지 않고' 직접 자신을 만나는 쿡의 접근 방식을 높이 산다는 취지의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WP는 "다른 많은 기업들이 (면세에) 실패한 가운데 애플은 상당한 승리를 거뒀다"며 "쿡 CEO의 트럼프 대응 전략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과 모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그 규모와 힘을 앞세워 면세를 받아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