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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헌법 존중이 국가 존립 전제” 문형배·이미선 퇴임사, 한덕수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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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덕수 뵙기로 해…제가 잘 모셔서 국난 극복"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헌재 청사를 떠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헌재 청사를 떠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4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두 사람 재임 말기는 12·3 내란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유린당한 국난의 시기였다. 윤석열 파면 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성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 정지 결정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이들의 소회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퇴임사에서 헌법과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을 각별히 당부했다. 문 대행은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고 했다. 이어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두 재판관의 퇴임사를 누구보다 새겨들어야 할 사람은 한 대행이다. 한 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아 윤석열 탄핵심판은 파행할 뻔했다. 국회 몫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윤석열의 ‘시행령 통치’를 뒷받침한 이완규 법제처장, 함성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가 헌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이런 행위는 그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위헌성이 농후할 뿐더러, 내란 극복과 헌정질서 회복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컸다. 헌재의 위헌 판단에도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뭉갠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6·3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해야 할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선거운동하듯 국정운영을 하는 것도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을 앞장 서 지켜야 할 권한대행들이 이렇게 헌법과 헌재 결정을 무시하면서 누구에게 헌법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나. 그야말로 국헌문란을 조장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구성원 다수는 12·3 내란을 계기로 헌정질서의 가치를 절감했을 것이다. 헌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확인되었다. 헌재 결정이 더욱 권위와 설득력을 갖고 사회통합력 제고에 기여하려면 다양한 사회적 관점이 투영된 쟁론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문 대행이 이날 퇴임사에서 지적했듯이 판·검찰 출신 일색인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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