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트럼프가 파월 해임한다면…"美 금융시장 붕괴" 전문가들 우려

서울구름많음 / 25.6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임기 중 퇴진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해임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거듭될수록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며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25.04.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며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25.04.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트럼프, 요지부동 파월에 '분통'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나는 그와 잘 맞지 않는다"며 "내가 요구하면 그는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파월 의장의 전날(16일) 연설을 문제 삼으며 "파월 의장의 임기가 하루라도 빨리 종료돼야 한다"며 파월 의장이 "매번 늦고 틀리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파월 의장이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며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힌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증시가 급락할 경우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아니(No)"라고 단호히 대답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고 전날 증시는 급락 마감했다.


트럼프, 수개월간 파월 해임 논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간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만나 자신이 파월 의장을 임기 중에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와 와시 전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선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대해 워시 전 이사는 파월 의장이 임기를 마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 회의에서는 자신에게 파월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확신하며 "내가 그를 그만두게 하면 그는 순식간에 그만둘 것"이라며 "믿어도 좋다"고 말했다. 또 파월 의장이 "정치적으로 금리를 다루고 있다"고 비난했다.

슈왑 금융 리서치 센터의 수석 채권 전략가인 캐시 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해 금리를 인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선 안 된다는 조언을 들었겠지만 그가 그 조언을 무시하고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센트, 트럼프 해임 강력 반대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진 사이에서도 파월 의장의 해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파월 의장의 해임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인물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다.

그는 파월 의장을 해임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는 반면 잠재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너무 크다고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독립성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보석함"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미국 금융시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한편, 베센트 장관은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 6개월 전쯤인 올 가을부터 연준 의장 후보 면접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워시 전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직을 이미 제안받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경제클럽에 참석해 가진 연설서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시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시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경제클럽에 참석해 가진 연설서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5.04.1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시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연준 의장 해임 가능 여부 불분명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준 관련 법에는 연준 위원들이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사유가 정당했는지 법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국 역사상 연준 의장이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된 경우는 없어 참조할 전례도 전무하다.

1935년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해임하려다 대법원에서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 제동이 걸린 적이 있다. 법률학자들은 이 판례가 연준의 독립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 임명된 공직자들에 대한 해임을 시도하며 이 판례가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파월 해임시 연준 신뢰도 추락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해 법적 공방이 벌어진다면 후임 의장의 정당성에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의 해임이 정당했는지 법정에서 가려질 때까지 후임 연준 의장은 온전한 권위를 인정받기 어려운 모호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이는 연준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시켜 국채수익률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양대 임무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준 의장이 해임된다면 연준이 정치권의 압력으로 물가 안정 임무를 간과한 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게 된다. 이는 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을 촉발시켜 투자자들의 장기 국채 투매를 불러올 수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17일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면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채 가격-달러 가치 동반 급락 우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소스닉은 "우리는 우리의 제도가 국제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 제도에는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비정파적 사법부와 중앙은행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파월 의장 해임과 같은) 이런 사태는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왑의 존스도 파월 의장을 해임하려는 시도가 미국 국채 매도세와 이에 따른 탈 달러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이머징마켓이나 국가 신뢰도가 추락할 때나 나타나는 국채 가격과 통화 가치의 동반 급락이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 압력에 대해 "이는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할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파월 의장이 중도에 물러나 후임자가 임명된다고 해도 "이미 투자자들은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채권수익률은 오르고 달러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