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 당연시되는 시대
좋은 인연은 갈등 동반하지만
결국 값진 삶 만들어 내기도
좋은 인연은 갈등 동반하지만
결국 값진 삶 만들어 내기도
영화에는 단순한 바둑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에 참고가 될 만한 여러 이야기가 녹아 있다. 특히, 바둑이 '내면과의 싸움'임을 강조하며, 바둑을 망치는 세 가지 적을 말하는데 이는 인생에서 주의할 점과 같다. 그것은 바로 경솔함, 안일함, 조급함이다.
요즘처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대에는, 투자에서의 유의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솔함, 안일함, 조급함을 경계하면서 자기만의 원칙을 갖고, 자기만의 시간을 따라, 침착한 태도로 살아가는 지혜는 바둑에만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영화 속에서 조훈현은 이를 위해서는 '체력'이 핵심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창호를 데리고 함께 운동하고 등산하는 것을 중요한 수련 과정으로 삼는다. 바둑이라는 게 그냥 앉아서 머리만 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스포츠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생에도 체력이 중요하다. 자기의 일을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영위하고, 제대로 사랑하려고 해도 체력이 핵심이라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
단단한 체력과 내면의 중요성에 이어, 영화를 통해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된 건 '인연'의 중요성이었다. 어쩌면 이창호는 조훈현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 이유에서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전 세계를 뒤지면 이창호 정도 되는 '바둑 천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바둑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바둑과 인연이 없는 여러 나라에서 농부나 회사원, 군인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우리 안에도 발현되지 못한 어떤 재능이 숨어있을지 알 수 없다.
이창호가 세계적인 바둑기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재능 덕분도 있지만, 절묘하게 좋은 스승을 만난 '인연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건 무협에서 귀인을 만나는 것에 비할 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좋은 스승을 못 만난다. 마찬가지로 어떤 스승이 모든 제자에게 좋은 스승인 것도 아니다. 스승과 제자의 궁합이랄 게 천운이라 할 정도로 딱 맞으면, 역사가 탄생한다. 그런데 그런 천운을 얻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바꿀 인연에 열려 있어야 한다. 점점 더 외로워지는 시대, 각자도생과 타인과의 단절이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작은 인연 하나가 큰 파문을 일으키며 나의 삶도, 상대방의 삶도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인연을 맺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조훈현과 이창호만 하더라도, 그 값진 인연 가운데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렇지만 결국 좋은 인연은 값진 삶을 탄생시키고 역사를 만든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인연 또한 그러할 수 있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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