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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레지나 첼리 교도소를 방문했다. 로마/로이터 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을 앞두고 로마의 교도소를 깜짝 방문했다.
바티칸뉴스는 17일(현지시각) 성 목요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레지나 첼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을 만나 격려하며 묵주 등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성 목요일은 부활 주간의 목요일로, 그리스도가 수난받는 성 금요일의 전날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진행하며 성체성사를 제정한 날이기도 하다. 성 목요일 의식으로 로마 가톨릭에서는 사제가 12명의 신자 발을 씻겨준다. 교황은 취임 초기부터 성 목요일에 바티칸 인근 교도소를 방문해 세족 의식 등을 진행해왔다. 올해는 이 의식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올해 부활절은 20일이다.
이날 교황은 신의 대리자를 상징하는 흰색 주케토(모자)와 흰색 수단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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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각) 로마의 레지나 첼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
교황은 교도소 중앙 홀에 모인 70여명의 재소자들을 향해 “나는 항상 예수님처럼 성 목요일에 감옥에 와서 발 씻는 것을 좋아했다”며 “올해는 할 수 없지만 여러분과 가까이 있고 싶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하는 등 약 30분 동안 수감자들과 직원들과 인사를 했다. 수감자들 중에는 목에 나무 묵주를 두르거나, 기도 책자 등을 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페르디난도라는 이름의 한 수감자가 교황에게 “주님의 빛이 내 삶과 가족의 빛을 밝혀주기를 바란다”는 자필 메모를 전하기도 했다고 바티칸 뉴스는 전했다. 교황은 잠시 멈춰 서서 그를 위해 기도했다.
교도소 방문을 마친 뒤 교황은 기자들에게 “이런 곳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내가 아닌 그들일까”라며 수감자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또 부활절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능한 한”이라고 간단히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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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각) 로마 레지나 첼리 교도소를 방문한 뒤 떠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EPA 연합뉴스 |
비토리오 트라니 이 교도소 담당 신부는 바티칸 뉴스에 이번 방문은 교황이 강하게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 ‘콘클라베, 차기 교황 선출 규칙’의 저자인 하비에르 마르티네스 브로칼 스페인 신문의 바티칸 통신원은 영국 가디언에 교황이 중병을 앓은 뒤 깜짝 공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아마도 그는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책임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심한 폐렴 등으로 생사 고비를 넘긴 교황은 지난달 23일 퇴원 뒤 이달 들어 두 차례 ‘깜짝’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6일 성 베드로 성당 앞 광장에서 진행된 주일 미사에 모습을 보인 데 이어 10일 성 베드로 성당을 방문했다. 9일에는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카밀라 왕비와 20분간 비공개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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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칼 카뇨 추기경이 1일(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부활주간 성 목요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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