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1차 경선 토론 미디어데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렸다. 국회사진기자단 |
오늘(4.18) 아침신문 1면에는 △한은 1분기 역성장 경고(4곳) △내년 의대 증원 0명(4곳) △이재명, 대통령 집무실 세종 공약(3곳) △미-일 관세협상에 트럼프 직접 등판(2곳) 등이 주요하게 보도됐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국민의힘 경선 혼전
② Now and Then :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히사이시 조, 2004)
① 차이의 발견
# 국민의힘 경선 혼전
- 양당 경선 막이 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얼마만큼 득표하느냐가 더 관건이라 주목도는 경선 자체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더 맞춰질 공산이 큽니다.
-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본선 4명의 마지막 자리에 누가 갈지, 결선 2명은 누가 될지, 그리고 최종 후보는 누가 될지가 여전히 분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관전’ 차원에서만 보면, 국민의힘 경선이 더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겠지만, ‘정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자신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국민의힘이 국민들에게 `그래도 또 대통령 뽑아달라'고 하려면, 먼저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할 터인데, 여전히 공포마케팅에만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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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식어가는 ‘한덕수 차출론’
-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해 ‘한덕수 대망론’도 힘을 잃고 있습니다.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헌재 결정 직전인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7.2%,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에서 응답자 66%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바람직하다’ 24%)고 답했습니다. 이 수치는 헌재 결정 이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면, 마이크를 쥐고 있는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한덕수 차출론’의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높힐 것입니다.
- 이전에도 한 대행과 같은 당 바깥 후보들이 당내 후보로 부각되기 위해선 2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합니다. 두번째로는 당내에서 다른 후보들이 떠오르지 않아야 합니다. 고건, 반기문은 여론조사 1위가 흔들리자 곧바로 물러납니다. 당 바깥에서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기댈 곳은 ‘여론조사’ 밖에 없습니다. 윤석열의 경우는 이 2가지 조건이 끝까지 충족되기도 했지만, 일찌감치(?) 당에 들어와 처음부터 경선에 참여했기에 최종 후보가 될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기존 정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시도될 때는, 주로 무소속 후보가 중도 이미지를 갖고 있을 때입니다. 그래야 확장성이 있고, 단일화 이후 본선 승리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노무현-정몽준(2002), 문재인-안철수(2012)가 다 그러했고, 고건(2007), 반기문(2017)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한덕수도 관료의 특성상 국민의힘 후보보다 중도적 이미지를 갖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한덕수 차출론’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한덕수는 친윤계 쪽에서 불을 지핀 것이고, 따라서 실제와 상관없이 한덕수는 국민의힘 친윤계의 대표성을 지니게 됩니다. 아무런 확장성이 없고, 오히려 단일화 이후 축소 가능성도 있습니다. ‘스타일 중도’만으로는 확장성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 어쨌든 한 대행은 결국 못 나올 것입니다. 공직 사퇴시한인 5월4일까지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덕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 역시 한덕수가 여론조사에서 지탱해 주지 못하면, 금새 사라질 사람들입니다. 한 대행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막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헌재 결정’이 찬물을 끼얹은 상태라, 다시 불 지피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 그리고 문제는 ‘돈’입니다. 무소속 후보로 나오면 당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정몽준 후보 정도 되지 않으면 개인이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친윤계 일각에서 한 대행을 민다고 하지만, 그들이 ’돈’을 주진 못합니다.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 한 대행의 공식적 미션은 ‘대선을 중립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입니다. 지방순시를 다닐 게 아니라, ‘안정적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하며, 대국민 메시지도 이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못 나오고, 그 ‘옷’이 ‘한덕수’에 맞지도 않습니다. 오랜 공직사회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1. 절로 가라앉는 김문수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4~16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응답자 12%가 홍준표 후보를 꼽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한동훈(10%)·김문수(9%)·안철수(8%)·나경원(3%) 후보가 뒤를 이었습니다.
- 다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1위를 달리던 김문수 후보가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 이는 예고된 일입니다. 김문수는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입니다. 갈 곳을 잃었던 강경 윤석열 지지층이 ‘12·3 내란 사태’ 이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국무위원들 일어나세요’라는 호통에도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던 일이 주목되면서 ‘꼿꼿 문수’라며 단숨에 지지세가 몰렸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한 물도 아닌, 두 물 정도 간 정치인이 갑자기 당내 대선주자 1위가 됐던 것입니다. 김문수 후보도 어리둥절했을 것입니다.
- 김문수 후보가 가라앉는 첫번째 이유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다는 것 외에는 대통령이 되면 무얼 하겠다는건지 등의 비전이나 구상, 그리고 대선 전략 등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김문수라는 이름도 없었기에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 두 번째로는 시대에 뒤떨어집니다. 김문수 후보는 돈 문제에서 깨끗하고, 재산도 많지 않고, 오랜 정치인 생활에도 도덕적 추문도 거의 없었습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김문수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자리에서 김문수 후보를 만나보면, 뜬금없이 ‘애국심이 중요하다’고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등 과거에 살던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좋게 보면, 순수하다고 봐줄 순 있겠지만, 눈치가 없고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지금 본인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경선 토론회 등으로 김문수 후보는 노출이 되면 될수록 심심하거나 ‘분위기 깨는 부장님’ 스타일을 계속 보일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추첨을 통해 4명씩 A·B 2개조로 나눠 토론을 진행하는데, 홍준표 한동훈 나경원 등이 모두 B조로 갔고, A조에는 김문수, 안철수 등이 속해 있습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B조로 향할 것입니다. 김문수는 소리없이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 세번째로는 김문수 후보를 떠받친 바탕은 ‘윤석열 극렬 지지층’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선을 생각하면,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김문수의 딜레마입니다. 어차피 초기 지지층이 ‘김문수 지지층’이 아니었기에 중도로 가면, 기존 지지층이 다 빠져나갑니다.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파면’ 뒤 “헌재 결정 승복”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극우 지지층’들이 김문수로부터 빠져나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지금 김문수의 하락은 초기에 몰렸던 친윤 지지층들이 ‘이쪽이 아닌가벼’라며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여겨집니다.
- 마지막으로는 뛰기도 전에 내세운 ‘단일화 전략’입니다. 김문수 캠프는 최근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프레임’을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가하고 있는 후보들 가운데 거의 유일합니다. 이는 캠프 좌장인 박수영 의원이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계속 언급하면서입니다. 박수영 의원은 ‘한덕수 차출론’을 주도적으로 띄웠던 사람이고, ‘한덕수 대행 출마 촉구 성명’에도 이름을 올렸던 분입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갑자기 김문수 캠프에 들어가 ’단일화’를 얘기하니, 아이러니입니다. 박수영 의원은 김문수 캠프에 들어가, 김문수 후보를 일단 당내 후보로 만든 뒤, 끌고와서 한덕수에게 ‘헌납’하는 게 목표인지... 그리고 직전에 외부 인사 대선출마 촉구 성명을 주도적으로 했던 분을 캠프 좌장으로 앉히는 건 또 뭔지. 그만큼 인력풀이 협소하고, 캠프 장악력이 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경선 시작도 전에 3위까지 떨어졌는데, 하락은 예상했지만 너무 빠릅니다. 대선 경선전에서 꺾이고 다시 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후보 개인기’가 충만해야 합니다. 김문수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2. 자신감 넘치는 홍준표, ‘명태균 산’ 넘는 게 관건
- 홍준표는 선거에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 직후 열린 2017년 대선에서 초반에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밀려 자유한국당은 3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대선 자금 국고보조금 지원 기준인 득표율 15%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막판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홍 후보는 24.03% 득표로 2위(안철수 21.41%)에 올랐습니다. 2022년 대선 경선 때도 ‘윤석열 독주’ 예상을 깨고 막판에 2030 지지로 치고 올라 윤석열을 위협했고, 특히 당원 투표에서는 윤석열에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선 윤석열을 능가했습니다.
- 홍준표가 선거에 능한 것은 대단한 전략이나 공약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특히 토론전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게 한몫 합니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토론전에서는 특유의 ‘매력’이 있습니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젊을 때 방송사 코미디언 모집에 응시하려 했을 정도로 타고난 유머로 굉장히 거친 말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다만, 이젠 이도 좀 식상하거나, 사람들이 더 이상 속지 않는 점이 있긴 합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토론에선 ‘한반도 대운하’를 띄우는 이명박 후보를 향해 이러저러한 공학적 이론이나 경제적 손익 분석이 아니라, ’독극물 실은 배가 가라앉기라도 하면, 우리 국민은 어디서 물을 먹냐’는 한 마디로, 이명박 후보가 당황해 쩔쩔매면서 ‘대운하 공약’을 휘청거리게 만드는 등 ‘변칙’에 능합니다. 일각에서는 ‘포퓰리스트 홍준표의 유머’가 사람들의 긴장과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 이번 국민의힘 경선 토론의 하이라이트는 B조 홍준표-한동훈전 입니다. 한동훈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어, 홍준표 후보의 손을 끌고 ‘같이 가시죠’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에 한동훈에 구원이 있는 나경원이 한동훈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지난해 7월 한동훈-나경원 전당대회 토론회 재연 등 삼각파도가 상당할 것입니다.
- 홍 후보는 경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습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 가운데,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후보 개인의 지지층을 갖고 있는 후보가 한동훈-홍준표-안철수 정도일 것입니다. 별도 지지층을 갖고 있으면, 하방경직성을 지니고 있어 중도확장을 좀더 부담을 덜 갖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홍 후보는 이런저런 말 바꾸기나 태세 전환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본인도 지지층도 이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도 큰 장점(?), 아니 유리한 점입니다. `홍준표는 그래도 되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 홍 후보는 예전에는 스스로를 ‘독고다이’라며 어느 계파에도 소속되지 않음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 치열했던 2007년 경선 때에도 친이-친박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때는 더더욱 의원들 중에서 홍준표를 좋아하는 이들이 별로 없어, 캠프로 끌어당기지 않았고, 홍준표가 표에 큰 도움도 안 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또 본인이 직접 당시 경선 후보로 나선 탓도 있습니다. 어쨌든 너른 품을 갖고 있진 않아 오랜 당내 생활에도 홍준표를 따르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벌써 현역 의원 50명이 함께 한다고 하니, 이 기세면 조만간 ‘홍준표 대세론’을 먼저 펼 수도 있습니다.
- 다만 홍 후보는 ‘명태균 산’을 넘어야 합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때 홍 후보 관련 여론조사를 홍 후보의 아들 친구로 홍 후보 캠프에서 일하던 최아무개씨가 명태균씨에게 4600만원을 주고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건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홍 후보 본인도 최씨도 홍 후보의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도 그렇게 믿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3. 한동훈의 부상 지속될 수 있을까?
- 국민의힘 후보들 가운데, 한동훈의 위치는 묘합니다. ‘윤석열 배신자’ 이미지를 당내 선거에서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한동훈의 1차 숙제입니다. 한동훈은 ‘본선’까지 의식해, 정면돌파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 결정’이 8대0으로 내려지고, 여론 동향도 빠른 속도로 윤석열에 등을 돌리면서 한동훈의 부담이 훨씬 덜어졌습니다.
- 한동훈은 죽으나 사나 ‘비상계엄을 막았다’는 것을 무기로 이번 경선을 치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의힘 지지층을 설득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본선에서는 또 모르겠으나, 경선은 스탠스 잡기가 꽤 힘들 것입니다.
- ‘윤석열 배신자’ 이미지를 ‘나는 국민이 윤석열보다 먼저였다’는 식으로 극복하려 하겠지만, 역으로 ‘윤석열 때문에 오늘의 한동훈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법무장관으로서 윤석열 실정의 주요 핵심 책임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이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윤석열과 각을 세운 건 맞으나, 어쨌든 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은 또 어떻게 할 것이며, 불쑥불쑥 드러나는 정치 초보적인 행태는 또 어떠할 것이며, 무엇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자뻑 이미지 메이킹’은 계속 할 것인지...
- 다만 한동훈은 현재 국민의힘 후보들 가운데 ‘팬덤’을 확보한 거의 유일한 후보입니다. 또 아무래도 가장 젊고, 말을 잘해 차별성이 돋보입니다. 끝나고 생각하면 논리에도 맞지 않는 억측 주장이 많은데, 워낙 빠른 속도로 말을 내뱉어, 듣는 그 순간에는 마치 오로지 공익에만 온마음을 다하는, 숭고한 진리를 토해내는 듯한 모양새를 띕니다.
- 한동훈 후보는 김문수-홍준표가 다음을 기약하기 힘든 것과는 달리, 오히려 ‘다음’을 더 염두에 둬야 하는 후보일 수 있습니다. 대개 대권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대선 주자가 이후 당권을 장악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만일 한동훈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그 관성으로 당을 연이어 장악하고 변화를 꾀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당내에는 친윤계가 너무 많고, 선거는 한참 남았습니다. 한동훈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아 보입니다. 또 일반국민들에게는 ‘윤석열’ 다음에 또 ‘검사’라는 것을 어떻게 납득시킬 지도 관건입니다.
-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 후보 중 유일하게 한동훈 후보와 만나지 않는 것도 주목됩니다. 경선 불참을 선언하자, 모든 후보들이 다 오세훈을 칭송하며 다 오세훈 정책 포함하겠다고 하고, 만나자고 합니다. 누구나 오면 다 만나주는 오세훈 후보인데, 한동훈 후보만 만나지 않으니 이상할 수밖에요. 나경원 후보는 라디오에 나와 “오 시장께서 모든 후보를 만났다. 한 후보만 빼놓고. 아마 한 후보는 만나실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또 콕 집어 저격했습니다.
- 오 시장이 차기 당권이나 대선에 도전할 때 한동훈 후보가 가장 실질적인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중도확장성 측면에서 지지층이 가장 겹치는 후보, 그리고 무엇보다 명태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한동훈계가 경쟁자인 오세훈 시장 쪽을 더 강도높게 수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은 듯합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시장 집무실과 공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4. ‘윤석열’ 업은 나경원
- 대선 후보들 가운데 윤석열에게 실질적인 ‘지명’(?)을 받은 후보는 나경원이 유일합니다.
- 김문수 후보가 친윤계 후보로 떴지만, 윤석열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고, 자연발생적 성격이 짙습니다. 이에 비해 나경원은 ‘윤석열의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또 나경원도 12·3 내란 이후, 점점 ‘윤석열 옹위’에 앞장 섰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 나경원은 서울법대 재학 시절, 윤석열과 함께 사법시험을 공부한 오랜 선·후배이자, 부부 동반 모임도 자주 갖는 등 개인적 친분이 남다르지만, 지난번 당대표 선거에서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핍박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구원은 다 잊고, 이번에는 최측근의 형태를 띄었습니다.
- 만일 김문수의 친윤계 표가 이탈한다면, 그 표의 상당수가 나경원에게로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 나경원은 본인은 부인하겠지만, 이번 대선보다 차기 당권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서울시장 후보도 노릴 것입니다. 현재로선 ‘당권’이 최우선일 것이고, 대선 이후 차기 대표 선거에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한 발판을 위해서도 이번 대선에 나서야 하고, 그리고 4강 안에 꼭 들어야 합니다.
- 문제는 나경원이 당 대표가 되려면, 국민의힘은 지금과 똑같아야 합니다. ‘친윤계’가 당을 계속 장악하고, ‘탄핵 반대’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물론 정치라는 게 원래 ‘의리’가 없는 곳이라, 윤석열이 권력도, 지지세도 없다는 게 확인되면, 하루 아침에 다 등을 돌리기는 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의 관성과 추세로는 나경원이 국민의힘에서 유력한 정치인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당은 크게 바뀌어선 안 됩니다. 그 경우, 당은 계속 소수 야당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나경원은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오히려 홀대 받기도 했고, 박근혜 탄핵의 주요 인사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국회에서 박근혜의 실정을 강하게 지적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또 바른정당으로 가는 것이 거의 예고돼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정치행보를 보면, 점점 오른쪽으로 향하더니, 이번 12·3 내란 국면에서는 아예 그쪽으로 안착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대중정치인이 될 수 없습니다.
- 나경원은 최근까지 ‘실질적인 선거의 여왕’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보다 오히려 지방에서 더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는 각 후보들마다 ‘나경원’을 한 번이라도 자기 지역구에 모시려고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나경원’이란 브랜드가 연예인 속성이 강해 일단 동원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나경원이 점점 오른쪽으로 향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것도 원인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주로 영남을 위주로 현장유세를 다니면서 지지층의 열화같은 성원을 받았을 터이고, 특히 이는 자신의 지역구보다 더한 성원이었을 것입니다. 여야세가 거의 반반으로 나뉘어져 있는 동작구(나경원 지역구)에서는 유세를 하면 응원도 받지만 야유는 물론 등짝을 후드려 맞은 적도 있었는데, 지역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을 테고, 또 타고난 환경이나 원래 생각도 보수 성향이 워낙 강한 탓에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 점점 오른쪽으로 더 향해간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치인으로서 많은 유리한 점을 지녔으나, 그것을 좀더 폭넓게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5. 안철수, 5등 하면 국민의힘에서 미래가 있을까?
-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 가운데,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거듭나려면 안철수가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현재 오세훈 시장이 물러난 지금, 명시적인 ‘탄핵 찬성’ 후보는 한동훈-안철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동훈은 ‘윤석열의 부채’, ‘또 검사’입니다. 안철수는 윤석열과의 단일화 원죄는 있으나, 곧바로 배신 당했고, ‘윤석열 정부의 부채’가 거의 없습니다. 탄핵안 가결 때도 여러 국민의힘 의원들의 매서운 눈총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바 있습니다.
- 따라서 안철수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윤석열 공격’이 좌표를 잃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문제는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만일 4강에도 오르지 못한다면, 안철수가 국민의힘에 계속 남아야 될 이유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당의 움직임을 봐서, 안철수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또한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② Now and Then
‘지브리 열풍’이 정말 열화같이 타올랐습니다. 어딜가나 ‘지브리풍’으로 프사가 가득차 있습니다. 젊은층, 장년층 구분도 없습니다. 오픈 AI CEO는 “단 1시간 만에 100만명이 가입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브리 열풍이 불어닥친 3월 국내 챗GPT 이용자 수는 125만명이었는데, 이는 전달보다 56% 증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브리 열풍’이 뜨거운만큼 논란도 뜨겁고 다양합니다. 우선 ‘저작권’ 이슈가 불거졌고, 그 다음에는 초상권 문제, 또 에너지 소비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오픈AI 올트먼 CEO가 이미지 생성 수요 급증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지브리풍 이미지 제작’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또한 엄청났을 것입니다. 그외에도 따뜻한 이미지의 지브리가 심지어 악당(?)마저 온화하게 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트럼프, 내란 관련자들의 지브리풍 이미지가 명랑만화 속 주인공처럼 맑은 눈망울이 그렁그렁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세상은 만화가 아니니까요.
‘지브리 열풍’이 전세계에 걸쳐 단숨에 일어났다는 점은 ‘이젠 정말 지구촌이구나’ 하는 점이 실감됐습니다. 현대(morden)란 개별이 존중되고 중요시되는 것일텐데, 이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에 열광하는 것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여러 생각이 오갔습니다. 다만 열풍이 뜨거웠던만큼 식어짐도 빠를 듯합니다. 코로나19 때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SNS ‘클럽하우스’는 이젠 벌써 기억조차 가물가물 합니다. 세상은 점점 빨라지는데, 어디쯤에서 머물러야 할까요.
오늘 음악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OST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pRzwh5OBs0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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