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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던지더니 쓴소리도 불사…베테랑다운 베테랑, 이런 선수를 '5000만원' 헐값에 데려왔다 [인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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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 조은혜 기자) "선배 이렇게 하니까, 해라."

지난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살아날 듯 살아나지 못하기를 반복하던 한화 타선은 이날도 삼성 선발 레예스에게 퍼펙트로 침묵하고 있었다. 여전히 1루를 밟은 자가 한 명도 없던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 이재원이 레예스의 5구 슬라이더를 타격했다. 3루수 방향으로 흐른 땅볼 타구, 이 타구에 이재원이 1루까지 몸을 날렸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하지만 결과는 아웃이었고, 한화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한화 타자들은 이후에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8회 문현빈의 안타로 가까스로 퍼펙트 수모를 피했을 뿐, 0-10으로 대패하며 가라앉는 분위기를 좀처럼 끊어내지 못했다.



37세의 베테랑 포수의 투혼이 말해주는 건 분명했다. 안타가 되지 않았어도, 그는 간절히 달렸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그 상황에서도 지레 처지지 않고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이재원에게 당시 심정을 묻자 그는 "너무 게임이 안 풀리니까. 수비 쪽에서 실수가 나오면 뭔가 할 수 있는데, 방망이가 안 맞을 때는 그렇다고 미팅을 해서 쓴소리 하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그냥 '선배 이렇게 하니까, 해라' 보여주려고 한 거다"라고 얘기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지만,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웬만하면 자제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재원은 관리가 필수인 베테랑 포수. 어쩌면 그래서 이재원의 메시지는 더 강력했을 수 있다. 이재원은 "어떻게 보면 하지 말아야 하는 플레이인데, 보여주는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더그아웃에서 한소리를 듣지는 않았냐고 물으니 "감독님께서 고마운데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고맙다, 그거면 됐다',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했다"고 전했다.

이재원이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가 오기도 했다. 11일 대전 키움전, 한화는 5-0으로 앞서다 7회초 포일과 실책, 폭투로 찝찝하게 2점 추격을 허용했다. 집중력이 다소 흐트러진 모습이 나오자 이재원이 선수들을 불러 모아 선수단을 다잡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화는 7회말 최인호의 안타, 플로리얼과 문현빈의 백투백 홈런을 시작으로 무려 7점을 몰아내고 대승을 거뒀다. 우연일 수도, 우연이 아닐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이재원은 "수비 쪽에서 집중을 안 하거나 그러면 미팅을 하는 거다. '누구나 열심히 안 하고 싶은 사람 없지만, 이 상황에서는 무조건 집중하고 이겨야 한다. 실수를 덮으려면 쳐라 이렇게 했는데, 잘 됐다"고 얘기했다. 이날 3연승을 달성한 한화는 이튿날 패했지만, 이후 내리 4연승을 달리며 최근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 중이다.



인천숭의초, 상인천중,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6년 SK 와이번스 1차지명으로 프로 무대를 밟은 이재원은 고향팀에서만 18년을 뛰었다. 인천을 떠나기로 결심한 건 그저 야구를 더 하기 위해서. 한때 69억의 거액 FA 계약을 맺기도 했던 이재원이었지만 2024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지난해 공수에서의 공로를 인정받은 이재원은 올해 2배가 오른 연봉 1억원에 사인, 1살을 더 먹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출장 시간을 가져가며 야구 인생의 또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가고 있다.

16일 문학 SSG전에서는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인 기록도 썼다. 한때 배터리를 이뤘던 김광현을 상대로 4회 2사 2루 상황 적시 3루타를 기록한 것. 이재원의 마지막 3루타는 무려 10년 전인 2015년 3월 28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전이었다.


가장 먼저 자신의 타구를 잡다 다칠 뻔했던 최지훈을 걱정한 이재원은 "부상이 없어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 지훈이가 잘 따라가서 잡히나 했는데, 타점 낸 게 좋았다. 사실 내가 포수 나갔을 때 팀이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근래에 조금 져서 스트레스가 좀 심했다"며 "내가 나갔을 때는 팀이 이기는 게임을 많이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중계 화면 캡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