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AI 연구조직에서 독립 법인으로 올 2월 새 출발, 미디어·콘텐츠 산업으로 비즈니스 확장 시동
게임 분야에서 14년간 축적한 기술력 기반,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는 AI 환경 구축…업계 다크호스로 주목
이미지, 모션그래픽, 음성, 번역, 챗봇 등 다양한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서비스 전략 수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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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AI 연구조직이었던 ‘NC Research(이하 NC 리서치)’는 ‘NC AI’라는 사명의 독립 법인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흥미로운 점은 NC AI가 출범 초기부터 ‘Everyone can be a Creator(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라는 미션을 내세우며 비즈니스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NC AI의 전신인 NC 리서치는 2011년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사 최초로 만든 AI R&D 조직이다. 이후 14년간 엔씨소프트의 게임 제작 및 사업 효율화에 적용된 다양한 AI 기술 연구와 서비스 개발을 맡으며 차별적인 기술 역량을 쌓아왔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Lineage)’ ‘블러드 앤 소울(Blade & Soul)’ ‘아이온(Aion)’에 적용된 AI 기술이 모두 바로 이 NC 리서치를 통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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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NC 리서치 조직의 경험과 역량이 고스란히 이어진 ‘NC AI’ 출범은 기존 각 도메인에서 AI 기술 기반 서비스를 선보여온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실제 NC AI는 게임 개발에 적용된 다양한 AI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이미 선보인 첫 번째 서비스는 ‘F&F’와 협업을 통해 개발됐다. ‘F&F’는 엘르, 베네통, 시슬리를 비롯해 MLB, 디스커버리를 국내 유통하고 있는 패션 기업이다. 최근 ‘디지털 마케팅 서밋 2025’에서 김민재 NC AI CTO의 발표로 소개된 양사의 협업은 마케팅 이미지 생성 AI 프로젝트 등으로 진행됐다. 이 외에도 NC AI는 이미지, 모션그래픽, 음성, 번역, 챗봇 등 이미 보유한 압도적인 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도메인의 리딩 기업들과 협업을 조율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NC AI 기술 비전과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재 CTO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할 AI 서비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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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AI의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재 CTO는 고려대학교에서 전자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상 처리, 컴퓨터 비전 분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LG전자에서 자동차부품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7년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AI 기술 연구개발을 주도해왔다. 특히 게임 ‘TL(쓰론 앤 리버티)’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술 개발, 디지털 휴먼을 위한 2D 얼굴 합성 기술 개발, VARCO Art 서비스/Studio 2.0 개발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AI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테크42와 마주한 김 CTO는 NC AI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며 말문을 열었다.
“게임을 넘은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독립 법인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게임을 위한 AI만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 애니메이션, 패션, 커머스,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 제작과 유통, 보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현 시점에서 김 CTO와 NC AI 구성원들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기존 개발해 놓은 기술들을 각각의 분야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로 선보이는 ‘상품화’다. 앞서 언급된, F&F와 협업을 통해 선보인 패션 특화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NC AI art Fashion’은 향후 이어질 NC AI 서비스의 시작에 불과하다. 상품·모델·마케팅 이미지를 AI 기반으로 생성·변환해 주는 서비스인 ‘NC AI art Fashion’은 텍스트 입력만으로 원하는 스타일 제작이 가능해 기존 패션 분야에 다양한 페인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령 ‘NC AI Audio’이 경우 ‘NC AI TTS(Text to Speech)’ ‘NC AI Voice Conversion’ ‘NC AI Dubbing’ ‘NC AI SFX - Sound Palette(가칭)’ 등의 기능이 포함돼 있다. ‘NC AI TTS’는 TTS 기술을 통해 캐릭터 AI 보이스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이다. 자연스러운 연기체로 캐릭터 대사는 물론 감정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감탄사, 말더듬, 비명, 한숨, 웃음 등)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NC AI는 4개 국어, 200개 이상의 목소리 TTS를 보유하고 있다.
‘NC AI Voice Conversion’는 VC(Voice Conversion)기술을 통해 원어민 대역 배우의 대사 발화 음성에 배역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를 입히는 서비스로 개발 중이다. 배우가 직접 녹음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연기 톤을 구현해 광고·대본 녹음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배우는 언어 레슨 부담을 덜고, 제작사는 고품질 콘텐츠를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 가능하다. 앞서 드라마 제작 과정에 도입돼 협업한 사례가 있다. 현재 NC AI는 이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드라마·영화·광고 제작사들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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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AI Dubbing’의 경우는 AI가 영상 속 목소리를 분석해 텍스트로 변환한 후, 이를 번역하고 다시 음성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원본 목소리의 느낌을 살린 채 여러 언어로 변환할 수 있어, 하나의 영상만 제작하면 자동으로 다국어 더빙이 가능해 글로벌 시장으로 쉽게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NC AI는 이 서비스가 크리에이터, 아이돌의 라이브 방송,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NC AI SFX - Sound Palette’는 ‘Text-to-SFX’ 기술이 적용된 서비스로, 텍스트 입력만으로 필요한 효과음(SFX)을 검색하고 즉시 생성이 가능하다. 게임, 광고 등에서 원하는 특수 효과음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으며 ‘몬스터 보이스 변환’ 기능도 있어 비전문가의 음성만으로도 몬스터 보이스를 쉽게 생성해 전문 성우 섭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NC AI는 앞서 언급한 ‘NC AI Graphics’ ‘NC AI MT(Machine Translation)’ 등 주요 서비스 별로 하위 서비스를 동시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기술 역량은 충분,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사업화 마인드 갖출 것
이렇듯 NC AI는 이미 오랜 세월 게임을 통해 확보된 AI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발과 함께 체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김 CTO는 “기존에는 게임 적용 기술 개발에 특화된 조직이었다면, 앞으로는 스타트업의 마인드를 갖추고 내재화된 역량을 사업화 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기존 조직은 연구개발 인력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서비스 개발이나 사업화 인력도 필요하다고 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 연구개발을 하더라도 이제는 고객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해 그에 맞춘 서비스를 선보여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CTO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며 저희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데 집중하고 있죠.”
그러면서 김 CTO는 “한편으로 엔씨소프트라는 큰 회사에서 벗어나 독립된 조직으로써 영역의 한계를 넘는 것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동시다발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 역시 그 때문인 듯했다. 김 CTO는 “큰 회사에 소속돼 있는 조직 시절에 시도할 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시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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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와 협업해 선보인 ‘NC AI art Fashion’는 이미 독립 법인으로 나오기 이전부터 PoC(기술검증)을 진행한 덕분에 1호 서비스가 됐어요. 사실 처음부터 패션 분야에 먼저 적용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저희가 가진 여러가지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는 와중에 진행이 된 거죠. 지금도 드라마 제작사, 웹툰사 등 여러 분야의 고객사들을 만나며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서비스가 저희 메인 사업이 될지는 저희도 아직 미지수예요(웃음). 특정 도메인에 집중해 종합 AI 솔루션을 선보일 수도 있고, 혹은 콘텐츠 전반에 크리에이터, 창작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다양한 가능성을 보며 각 분야에 묘목을 키워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어요. 이 묘목들을 온실 밖으로 내놨을 때 어떤 것이 더 잘 살아남는지 곧 테스트 해 보려 합니다. 현재는 6가지 이상 서비스들을 동시에 준비 중입니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 내에는 데모 서비스 수준의 상품으로 고객들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예요.”
사업 방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가운데 서비스 방식 역시 B2B(기업고객 대상)와 B2C(개별 소비자 대상) 모두 고려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상품들이 먼저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저희가 기업 내부에 있던 조직이다 보니 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솔루션을 만드는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니즈가 있는 콘텐츠 기업에 필요한 SaaS 서비스가 조금 더 빠르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B2C 서비스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열어두고 있는 상태예요. 일부 서비스는 기업 고객보다 빨리 개별 고객들에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B2C 서비스로도 준비하는 중이죠.”
그렇다면 NC AI가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도 김 CTO가 특히 자신감을 드러내는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김 CTO가 꼽는 것은 ‘NC AI MT(Machine Translation)’다.
“AI 번역 분야는 엔씨소프트 당시부터 게임에 적용되며 워낙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기대가 큽니다. 게임에 필요한 콘텐츠 번역부터 채팅 양이 엄청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통해 글로벌 채팅을 위한 라이브 채팅 번역 기술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저희는 단순히 텍스트 번역을 넘어 AI 콘텐츠 번역, AI 더빙 기술 등 음성합성이나 인식기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기술을 연결하면 콘텐츠 현지화 분야에서도 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NC AI 기술의 특징은 ‘연결성’
이날 김 CTO가 향후 NC AI의 미션으로 언급한 또 다른 계획은 ‘연결’이다. 지금은 파편화된 기술들을 각각의 서비스로 시장에 선보이며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지만, 이후에는 각각의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개념의 AI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그 사례로 언급한 것인 지난달 스페인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25’에 선보인 체험형 데모 아바타시프트(Avatarshift)다.
한편으로 오픈AI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들은 1년이 멀다 하고 새로운 버전의 AI 모델을 선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NC AI는 어떤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을까? 인터뷰 말미, 김 CTO는 “빅테크들의 어깨에 올라타는 전략으로 콘텐츠 산업의 변화 추이를 살피고 있다”며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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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개인이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겁니다. 사실 1인 게임 개발도 가능한 상황이니 어느 정도는 현실화됐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런 시대가 본격화되면 대기업에 속해 창작 과정 중 특정 프로세스만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경쟁력을 잃게 될 거예요. 대신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거나 상상력이 풍부한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쉽게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될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개인과 경쟁하는 상황이 연출 될 수도 있겠죠. 저희 역시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개발했던 R&D 인력들도 있고, 특정 도메인 데이터를 튜닝하는 기술과 경험도 풍부합니다. 물론 기술력 있는 다른 기업들이 많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차별성은 곧 다가올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그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역량에서 나온다고 봐요. 올해는 그런 저희만의 역량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인정 받는 것이 CTO로서 제 바람이예요. 또 저희 기술을 엔씨소프트가 아닌 다른 경쟁사에서도 쓰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 개인적인 욕심입니다(웃음).”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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