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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김'에 중국산 선박 주문 급감…"점유율 가져올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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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사 2025년도 수주액 현황/그래픽=김다나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중국산 선박 선호도가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에 따른 영향이라는 평가다.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K-조선에도 명백한 호재가 되고 있다.

17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조선사들에 대한 벌크선 주문은 총 13척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3척) 대비 90% 이상 감소한 수치다. 1993년 이후 32년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기도 하다.

화물을 나르는 벌크선 주문량이 급감한 것은, 무역 업계에서 중국산 선박을 외면하는 일이 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익명의 선박중개인이 한 말을 인용해 "중국산 선박의 미국 항만 입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중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USTR(미 무역대표부)은 중국 해운사의 선박에 100만 달러, 중국산 선박에 150만 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을 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중국산 선박을 주문하고, 운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다. 이같은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중국향 벌크선 주문 급감이라는 통계로 드러난 모양새다.

중국산 선박 선호도 급락은 여러 사례에서도 관측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에너지 기업인 미국 엑손모빌이 최근 중국 조선소와의 LNGBV(액화천연가스 벙커링선) 계약을 사실상 취소하기도 했다. 그리스 선사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측이 HD현대삼호·HD현대미포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20척 계약을 체결할 게 유력한 상황 역시 미국 제재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도 미국의 중국 조선업 견제에 따른 수혜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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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NG(액화천연가스) 회사 벤처글로벌의 경우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2척을 발주할 예정인데, 이 입찰 과정에서 중국 조선소를 아예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벤처글로벌 측은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사업장을 직접 찾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도 파악된다. 이르면 오는 6월쯤 관련 계약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조선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 145조원을 쌓아둔 K-조선 입장에선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속 연출되고 있다. 이날만 해도 HD현대미포가 유럽 소재 선사와 2306억원 규모의 이중추진연료엔진 LPGC(액화석유가스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연간 수주액 목표 대비 달성률의 경우 HD한국조선해양(43억1000만 달러)은 23.9%, 삼성중공업(22억 달러)은 22.4% 수준이다. 한화오션도 지난 1분기 기준 25억6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선가 선종을 다량 수주할 수 있는 기회로, 주로 탱커·컨테이너선·PCC(완성차해상운송) 등 중국 위주의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원가 경쟁력이 있거나(아시아), 전략적으로 진출한(미국) 조선사를 통해 건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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