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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발암 논란에 휩싸였던 인공감미료 사카린이 항생제 내성 세균에 강력한 항균 효과를 보인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수백 배 강한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로, 1970~80년대에는 커피에 한두 알 넣어 단맛을 내는 용도로 흔히 사용됐다. 하지만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대중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런 사카린이 최근 항균 치료 후보물질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 브루넬대학교 항균혁신센터 연구팀은 사카린의 항균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2일 국제학술지 EMBO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카린은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해 구조를 무너뜨리고, 궁극적으로 세균을 터뜨려 사멸시킨다.
이 과정에서 손상된 세포벽 사이로 항생제가 침투하면서 세균의 방어 체계는 무력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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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카린은 강력한 내성균에 효과를 보였다.
이른바 다제내성세균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폐렴, 패혈증, 수술 부위 감염 등을 일으키며 생명을 위협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이를 최우선 관리 병원균으로 지정하고 있다.
사카린은 이외에도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DNA 복제를 방해한다. 또 세균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하는 바이오필름(끈적한 막) 생성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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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사카린을 이용해 하이드로겔 형태의 상처 치료용 패치를 개발해 실험했다.
그 결과, 현재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은(銀) 성분 기반 항균 드레싱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려면 수십 년과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며 “이미 널리 사용 중인 사카린이 내성균 치료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현재를 ‘포스트 항생제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감기나 단순 상처 같은 일상적인 감염조차 치료가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경고하는 표현이다.
연구팀은 “사카린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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