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민주시민을 위한 여론조사 안내서...이 정도는 알아두자

속보
북 "어제 장거리포·미사일합동타격훈련…김정은 지도"
<5·끝>어떻게 읽어야 하나
모든 선거여론조사 여심위 홈페이지서 확인
표본, 신뢰 수준, 응답률 핵심 개념 이해해야
민심 읽는 도구일 뿐, 절대적 지표는 아니야

편집자주

의심은 가는데 확신은 할 수 없다. 수상한 여론조사 얘기다. 민심의 바로미터라던 여론조사는 불법계엄 사태 이후 미심쩍은 결과물로 신뢰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과연 여론조사는 조작이 가능한 것일까. 한국일보는 지난 두 달 여론조사 시장의 실태를 파헤치며 정치권과 조사기관의 불법 편법 공생 관계를 확인해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로 확정된 지금,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다시금 경계하고 조사 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론조사를 읽어낼 안목은 어느새 민주 시민의 역량 중 하나가 됐다. 복잡한 용어와 숫자에 휘둘리거나, 조사에 담긴 은밀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과를 잘못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이 경우 여론조사를 민주주의의 나침반이 아닌 맹목적으로 불신하고 의심해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읽고 적당히 받아들이는 기술과 요령이 필요하단 얘기다.

현재 공표되는 선거여론조사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조사했고, 어떤 결과가 도출됐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그곳에 다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전혀 다른 얘기다.

먼저 표본 크기, 신뢰 수준, 응답률 등 몇 가지 핵심 개념부터 이해하라고 추천한다. 여러 전문가와 관련 법, 논문 등을 바탕으로 여론조사의 기본 개념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알기 쉽게 풀어봤다.

1. 누가 의뢰하고 조사하는 걸까?


선거여론조사는 정당, 후보자, 언론사, 학술기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기타 단체 등이 의뢰할 수 있다. 단 후보자나 정당이 의뢰한 조사는 공표가 금지된다.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한 선거여론조사는 개시일 2일 전까지 중앙여심위에 신고해야 한다. 언론기관(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등)은 예외다. 조사 결과는 중앙여심위 홈페이지에 등록되며 조사 방법·표본오차·응답률·표본 크기 등 주요 정보와 함께 공개된다.

2. 여론조사 기관의 자격은?


선거여론조사는 중앙여심위에 등록된 기관만 수행할 수 있다. 등록 요건은 ▲사회조사분석사 등 3명 이상의 분석전문인력을 포함한 5명 이상의 상근 직원 ▲전화면접조사시스템 또는 전화자동응답조사시스템 구비 ▲조사 시스템과 상근 직원을 수용할 수 있는 사무소 ▲최근 1년간 1억 원 이상의 여론조사 실시 매출액 등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기관 등록제는 신뢰할 수 없는 무자격 기관, 이른바 '떴다방'의 난립을 막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3. 왜 표본 수는 항상 1,000명 남짓일까?


1,000명을 넘어가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을 조사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천만의 말씀. 표본을 늘린다고, 통계적 정확도가 크게 개선되는 건 아니다. "수프 한 그릇 전체 맛을 알려면, 한 숟가락만 맛봐도 된다"는 말과 같다.


예컨대, 표본을 2,000명으로 늘리면 조사 시간과 비용이 2배가 되는 반면 오차는 ±2.2% 정도가 된다. 1,000명가량일 때 통상 오차인 ±3.0%와 별 차이가 없다. 수프 그릇을 엄청 큰 통으로 바꿔도 맛은 여전히 한 숟가락이면 된다. 결국 '가성비'의 문제다.

4. 표본 오차란?


여론조사는 일부 표본을 추려 조사하는 만큼 전체 모집단의 생각을 완벽하게 반영할 수는 없다. 일정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이걸 표본오차(±○%)라고 한다. '위아래로 이만큼 틀릴 수 있다'는 양해의 표현이다. A후보 지지율이 50%이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p라면, 100번 중 95번은 47~53% 범위에서 결과가 나온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5. 지역/성/연령별 가중치는 왜 주는 걸까?


표본이 실제 유권자 분포와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별·연령·지역 등의 비율을 실제 유권자 구성과 최대한 일치하도록, 일종에 '사후 보정'을 하는 것이다. 20대 응답자가 적게 나왔다면, 20대 응답자의 비중을 그만큼 높이며 조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가중치를 지나치게 적용할 경우, 해당 집단의 응답이 실제보다 과장될 수 있다.

6. ARS vs 전화면접,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화 여론조사 방식은 크게 자동응답(ARS)과 전화면접으로 나뉜다. ARS가 자동화된 음성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눌러 답하는 방식이라면 전화면접은 조사원이 직접 통화하며 설문을 진행한다. ARS는 조사 비용이 저렴하고 하루에 수만 명도 조사할 수 있다. 반면 '기계음'만 듣고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릴 가능성이 커, 응답률이 1~5% 수준밖에 안 된다. 적극 응답자만 표본으로 수집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전화면접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평균 10~30% 수준의 응답률을 보인다. 물론 응답자가 거짓 답변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7. 응답률, 접촉률, 협조율은 무엇을 의미할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접촉률(Contact Rate)은 전화가 연결된 비율을 말한다. 협조율(Cooperation Rate)은 전화 연결이 된 사람 중 조사에 실제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미국여론조사협회(AAPOR) 등 국제 기준에서 응답률은 연락이 불가능한 번호를 모두 포함한 전체 조사 대상 중 여론조사에 끝까지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은 '전화가 연결된 건수' 대비 '끝까지 설문에 응답한 건수'를 응답률로 친다. 국제 기준상 이는 '협조율'에 해당한다. 100명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50명이 전화를 받았고 이 중 10명이 설문에 응답했다면 접촉률은 50%, 협조율(한국 기준 응답률)은 20%, 응답률은 10%가 된다.

8. 여론조사기관은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여론조사기관은 개인 휴대폰 번호를 직접 알 수 없다. 대신 이동통신사인 SKT, KT, LG유플러스가 선거여론조사만을 위해 안심번호를 제공하며, 여기엔 성별과 나이, 지역 등의 정보가 담겨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다. 번호 1개를 하루 동안 사용하려면 18원 정도를 내야 한다. 통신 3사는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상번호 제공으로 약 43억 원의 부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안심번호는 통신 3사에 가입돼 있지 않은 알뜰폰 가입자를 표본에 담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1,000만 명 정도가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9. 번호 제공을 원치 않는다면?


안심번호는 공직선거법 제57조8, 제108조의2에 따라 가입자 동의 없이 조사 기관에 전달된다. 이동통신사는 가상번호 제공을 자사 홈페이지나 이메일, 우편물 발송을 통해 가입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안심번호 제공을 원치 않는다면 통신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제공 거부를 요구해야 한다. 통신사별로 △KT 080-999-1390 △LG유플러스 080-855-0016 △SKT 1547로 전화해 1번을 누른 뒤 생년월일 인증만 하면 된다.

10. 그 외에 또 어떤 것들을 살펴봐야 할까?


"누구를 가장 선호하십니까?"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비슷해 보이지만 전자는 호감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후자는 역할 수행 능력을 강조하는 질문이다. 조사 목적에 따라 질문의 설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유선전화(집전화), 무선전화(휴대폰) 비율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준다. 유선전화 비율을 늘리면 비교적 고령층이나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계층, 상업시설에 응답이 집중돼 비교적 보수 성향 응답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조사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낮 시간대는 은퇴한 고령층이 응답할 가능성이 높고, 저녁 이후엔 직장인과 대학생의 응답 비율이 대체로 높다.

가장 중요한 건 여론조사가 민심을 읽는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응답자의 현재 태도를 반영할 뿐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절대적 지표는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 ① 1화 검은 커넥션
    1. • "600만원이면 돌풍 후보로" 선거 여론조사 뒤 '검은 커넥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516040002864)
    2. • 여심위, 불법 실태 파악 못한 채..."심증만으론 조사 어렵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012300002753)
    3. • 美에서 퇴출된 ARS 여론조사 韓에선 대세...이유는?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016240000592)
    4. • ARS 기관 대부분 연 매출 1억 남짓..."선거 물량 잡아야 산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510400004131)
  2. ② 2화 '꾼'들이 있다
    1. • 태양광 비리 쫓던 檢, '여론조사 조작' 꼬리를 찾았다...무더기로 발견된 휴대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719090000568)
    2. • '꾼'에게도 급이 있다...누가 당원 명부 최신판을 쥐고 있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918310004424)
    3. • 정치인 위 '상왕' 노릇 여론조작 브로커...고발해도 변한 게 없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611420005837)
  3. ③ 3화 불신의 책임자
    1. • 여론조사 공천 OECD 중 한국이 유일한데…'어디 맡기고' '어떻게 조사하고' 죄다 깜깜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12250000457)
    2. • "돈 주고 후보 선출 떠넘긴 꼴" "사실상 주사위 던지기"...불만 쌓이는 여론조사 경선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00550003002)
    3. • '고성국TV' '뉴스공장' 편 가르기 여론조사 뚝딱…극단의 진영 스피커 ‘유튜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22130000559)
    4. • 여론조사 경선 개선 연구 '0'...양당 정책연구소는 '선거 승리 전략'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417440003355)
  4. ④ 4회 이유 있는 외면
    1. •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①이재명 ②김문수...편향 질문 판쳐도 "심의 대상 아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211020000040)
    2. • "2030은 전화 안 받아요"...저조한 응답률 대안은 웹조사?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410450003919)
    3. • 수십 통 전화벨에 여론조사 포비아...작년에만 2700만대 울렸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318340005565)
    4. • 의심은 커지는데 제재 건수는 줄었다?...여심위 조사 인력 달랑 4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809540000246)
    5. • 1등 후보가 사라졌다...여론조사 조작의 충격 실체 [영상]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1612560001997)
  5. ⑤ 5화 어떻게 읽어야 하나
    1. • 민주시민을 위한 여론조사 안내서...이 정도는 알아두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212230002365)
    2. • "통계 이용한 거짓말, 숫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돼"[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811060005541)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