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피그스만 침공- 2
(이어서) '집단사고(groupthink)'의 부정적 의미와 대비해 주로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말은 튀니지 출신 프랑스 철학자 겸 미디어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evy)의 1994년 책 ‘집단지성: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부상하는 인류의 미래’가 유행시킨 용어다.
집단지성의 개념은 사실 모호하고 실체도 불분명하지만, 다수의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구축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다수의 시너지 효과를 가리킬 때 흔히 쓰인다. 하지만, 피그스만 침공 작전처럼 변수와 가능성을 평가-분석하는 것과 위키피디아처럼 지식-상식을 정제해 집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사고과정이다. 사실 집단사고와 집단지성의 뚜렷한 경계는 없다. 냉소적으로 말해, 사후적으로, 결과가 좋으면 ‘집단지성’이고 나쁘면 ‘집단사고’라 칭하는 경향도 있다.
두 용어의 결과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빙 재니스와 피에르 레비가 제기하려던 문제의식, 즉 반론에 열려 있는 사고-지성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은 값지고 유효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콘클라베(Conclave)’를 두고 보수 신학계가 가장 경기를 일으키는 대목이 마지막 반전인 ‘간성(間性)’ 교황의 탄생 에피소드보다 극중 토머스 로렌스 추기경의 연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임 교황 선출 의식 즉 콘클라베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로렌스는 행사 서두에 “내가 다른 어떤 죄보다 더 두려워하게 된 건 다름 아니라 바로 확신이라는 죄"라며, 추기경들에게 반성적 성찰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그는 확신이야말로 관용을 좀먹는 치명적인 적이라며 “우리의 믿음은 의심과 동행하기 때문에(hand in hand with doubt) 비로소 살아있는 믿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신학적 의심을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회의주의(scepticism)’라 한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저 인물이 극중 토머스 로렌스 추기경이다. conclavethefilm.com |
(이어서) '집단사고(groupthink)'의 부정적 의미와 대비해 주로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말은 튀니지 출신 프랑스 철학자 겸 미디어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evy)의 1994년 책 ‘집단지성: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부상하는 인류의 미래’가 유행시킨 용어다.
집단지성의 개념은 사실 모호하고 실체도 불분명하지만, 다수의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구축한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다수의 시너지 효과를 가리킬 때 흔히 쓰인다. 하지만, 피그스만 침공 작전처럼 변수와 가능성을 평가-분석하는 것과 위키피디아처럼 지식-상식을 정제해 집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사고과정이다. 사실 집단사고와 집단지성의 뚜렷한 경계는 없다. 냉소적으로 말해, 사후적으로, 결과가 좋으면 ‘집단지성’이고 나쁘면 ‘집단사고’라 칭하는 경향도 있다.
두 용어의 결과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빙 재니스와 피에르 레비가 제기하려던 문제의식, 즉 반론에 열려 있는 사고-지성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은 값지고 유효하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콘클라베(Conclave)’를 두고 보수 신학계가 가장 경기를 일으키는 대목이 마지막 반전인 ‘간성(間性)’ 교황의 탄생 에피소드보다 극중 토머스 로렌스 추기경의 연설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임 교황 선출 의식 즉 콘클라베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로렌스는 행사 서두에 “내가 다른 어떤 죄보다 더 두려워하게 된 건 다름 아니라 바로 확신이라는 죄"라며, 추기경들에게 반성적 성찰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그는 확신이야말로 관용을 좀먹는 치명적인 적이라며 “우리의 믿음은 의심과 동행하기 때문에(hand in hand with doubt) 비로소 살아있는 믿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신학적 의심을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회의주의(scepticism)’라 한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