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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 의장 후보가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금리 인하를 다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7번째 금리인하를 단행할 예정인 상황에서 '매번 늦고 틀리는' 파월 의장은 어제도 전형적이고 완벽하게 엉망진창인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가가 떨어졌고 계란을 포함해 식료품 가격도 하락 중이며 미국은 관세 덕분에 부자가 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은 ECB처럼 진작에 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당장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파월 의장의 해임도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한 관세 인상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관세 정책이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또 "관세 문제가 안정적인 물가 유지와 건강한 고용이라는 중앙은행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금리 인하와 주식시장 급락 방어를 위한 연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차 선을 그었다.
ECB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게시글을 올린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예금금리,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 등 주요 3대 금리에 대한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다. 지난해 6월 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과 10월, 12월, 올해 1월과 3월에 이어 이날까지 금리인하를 이어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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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 캡쳐 |
미국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는 기준금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으로 기업과 소비 심리가 위축될 조짐이 보이자 연일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대다수 위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노골적 요구에도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준금리를 가까운 시일 안에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오랜 악연도 다시 거론된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7년 11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 임명했다. 연준 의장은 이전 40년 동안 연임이 관행이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지도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한 데 이어 교체 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금리를 인하하기는커녕 2018년에만 오히려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포인트 인상하면서 둘 사이 관계는 출발부터 삐걱댔다.
트럼프는 "연준이 미쳤다", "파월은 멍청하다"고 비판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파월 의장을 해임할 권리가 있다"며 연준에 압려을 행사하려 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해임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법정 공방을 준비했다.
현행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르면 연준 의장을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될 수 있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선례는 없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연준 이사로 임기는 2028년 1월 끝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의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 작업이 가을에 이뤄질 것"이라며 "통화정책과 관련한 연준의 독립성은 보존돼야 할 보석상자"라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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