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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철강 이러다 큰일나겠네”…수출 할당제 풀렸는데도 대미 수출 뒷걸음질

속보
러트닉 "차 관세 완화는 외국 기업 포함해 미국서 만들 때 적용"
3월 美철강수출 14% 줄어
‘수출족쇄’ 쿼터제 폐기에도
美관세 25%에 철강수출 타격
가격압박에 2분기도 실적부진

현대제철 루이지애나에 공장
포스코도 현지생산 방안 모색
세아 등은 텍사스에 생산시설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해 1분기 대미 철강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철강업체들을 옥죄던 수출 물량 할당량(쿼터)이 지난달 해제됐지만 3월 수출량 역시 작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 불확실성으로 미국 수출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의 1~3월 수출량은 약 67만2923t으로 전년 같은 기간(79만5453t)에 비해 15.4%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수출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쿼터가 지난달 12일부터 해제됐지만 3월 수출량도 24만66t으로 2024년 27만8101t에 비해 13.7% 감소했다.

애초 철강업계에서는 25% 관세를 얻어맞더라도 쿼터가 사라지면 오히려 수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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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에서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등을 부과받으며 크게 흔들려왔다. 결국 협상 끝에 2018년부터 미국에 철강을 수출할 때 연간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았다. 합리적 가격에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철강이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빗장을 걸어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비록 관세를 부과받더라도 다른 나라들과 동등한 조건인 만큼 쿼터가 사라지면 오히려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빗나간 것이다.

업계는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미국 측 바이어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쿼터가 사라지자마자 수입량을 확 늘리면 당연히 철강업계가 추가 관세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 자율규제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수출 물량을 늘리고 싶지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눈치를 보며 자제하자는 분위기”라며 “누군가 암묵적 협약을 깨지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발 철강 관세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올해 2분기에는 국내 철강회사들의 대미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관세분만큼 철강 수출 가격 상승 압박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도 나온다.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을 최선의 대응책으로 생각하고 대안을 모색 중이다.

포스코는 미국 내 제철소 인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심지어 경쟁 기업인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는 전기로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현대제철 생산 물량의 일부를 확보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인도 철강사 JSW와 합작법인 형태로 현지에 연 생산량 500만t 규모 일관제철소를 짓는 등 인도시장도 공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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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대제철은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기 위해 연산 270만t 규모 전기로를 미국에 짓는다. 투자 규모는 58억달러(약 8조2000억원)에 달한다.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회사이자 단조회사인 현대IFC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고정비 절감을 목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한편 임원 급여 삭감 등 비상경영도 진행 중이다.

중견 철강업체들도 앞다퉈 미국에 생산기지를 짓고 운영 중이다. 세아그룹은 현재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 세아제강 공장을 설립해 생산 중이고, 넥스틸도 마찬가지다. 휴스틸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휴스턴에서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석유나 가스 채굴에 사용되는 유정용 강관을 수출해왔는데 트럼프 1기 때부터 통상 압박이 심화되자 미국에 생산기지를 직접 설립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쿼터가 없어지긴 했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기 전까지는 수출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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