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상권 대형 산불을 두고 산림청은 '임도'가 부족해 진화가 늦어졌단 입장을 거듭 밝혀왔는데요.
그런데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임도가 정말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봤더니, 오히려 임도가 산불의 바람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차현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역대 최악의 산불로 꼽히게 된 이번 경상권 산불.
늦은 진화를 두고 산림청은 국내 산림에 '임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주요 이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임상섭/산림청장 (지난달 30일)]
"산불 현장은 해발 900미터의 높은 봉우리에 위치하여 접근을 위한 임도가 없고.."
이전에도 산림청은 산불피해가 반복될 때마다 임도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과연 임도가 있으면 산불 피해가 줄어들까?
국립공원공단이 최근 5년간 발생한 대형산불을 대상으로 지난 10개월간 연구한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먼저 2022년 밀양 산불.
임도 바로 옆이 화재 피해가 가장 커 색깔이 짙고 임도에서 멀어질수록 피해가 덜해 옅어집니다.
고성 산불, 합천 산불 모두 임도와 가까울수록 피해가 컸습니다.
안동과 함평 산불의 경우엔 임도와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가 높거나 큰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임도 주변은 왜 대체로 산불 피해가 더 컸을까?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임도가 오히려 바람길 역할을 해 화마를 키운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직접 측정에 나섰습니다.
대형산불 피해지 5곳, 국립공원 2곳에서 풍속을 재보니, 임도가 숲속보다 1.3배에서 2.4배 빨랐습니다.
임도에서 바람이 더 거세게 불었다는 겁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산림청의 '임도 부족'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확하고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같은 정부 기관임에도 정면 반박했습니다.
산림청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오스트리아나 일본 등의 임도 기준이 우리나라랑 다르다는 겁니다.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임도 밀도는 한국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현재 국내 총 임도 길이는 2만여km.
최근 10년간 매년 745km씩 신설되고 있습니다.
작년 예산만 2천5백억 원이 넘습니다.
공단 측은 산림청이 생태 보존이 목적인 국립공원 내에도 임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김주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립공원은 생태계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래서 임도를 설치하는 것은 이제 산림을 파괴하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임도 설치는 최소화돼야 된다고.."
산림청은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공원에도 적정 수준의 임도를 개설하는 정책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나준영 / 영상편집: 김민지 / 영상제공: 기후재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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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나준영 / 영상편집: 김민지 차현진 기자(chach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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