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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먹던 거랑 똑같은데” 왜 비싼 돈 주고 먹어?…꼭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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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서 제공한 저탄소 음식이 접시에 담겨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냥 뷔페랑 다를 거 없는데”

쌈밥, 만두, 샌드위치 등 식사류부터 브라우니, 머핀과 같은 디저트까지. 여느 뷔페와 다르지 않은 구성이지만, 사람들은 연신 “특별한 식사”라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맛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비밀은 다른 데 있다. 생산부터 배송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과정이 반영된 ‘저탄소’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

흔히들 육류를 제외한 ‘비건(Vegan)’ 음식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탄소’와 ‘비건’은 다르다. 채소도 재배·생산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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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서 제공한 저탄소 음식이 접시에 담겨 있다. 김광우 기자.



기후정책 전문단체 기후솔루션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저탄소 식단을 주제로 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참가자 약 50명에 저탄소 음식을 제공했다.

저탄소 식단이란 식품의 생산부터 포장, 운송 등 가공 단계는 물론, 먹고 난 후의 쓰레기 처리에서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나타낸 식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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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저탄소 음식을 먹고 있다. 김광우 기자.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3%가 농식품 시스템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흔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식단이라고 하면 채식주의, 즉 ‘비건(Vegan)’을 떠올린다. 실제 육류는 대표적인 ‘고탄소’ 식품이다. 동일한 양이라고 가정하면, 채소를 키우는 데 비해 가축을 사육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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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서 제공한 저탄소 음식이 접시에 담겨 있다. 김광우 기자.



그러나 저탄소 식단은 채식주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채소, 곡물류 등 식재료 또한 사람의 입에 들어가기까지 적지 않은 탄소를 배출한다.

생산 과정에서는 대표적으로 ‘비료 사용’이 지적된다. 비료의 경우 농업 탄소 배출의 큰 원인 중 하나다. 통상 사용되는 질소비료의 경우 땅에서 분해되며, 아산화질소를 방출한다. 아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98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다.


운송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15%는 운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선 식품이나 수입 농산물의 경우 항공 운송 및 냉장 보관이 필요해, 여타 재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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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줄리안 퀸타르트 유럽연합 기후행동 친선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날 지구콘서트 사회를 맡은 줄리안 퀸타르트 유럽연합 기후행동 친선대사는 “주로 먹는 쌀의 경우도 논에서 재배할 때 미생물이 발효하며 메탄을 배출한다”며 “물 사용량을 줄인 농법으로 재배한 ‘저탄소 쌀’ 등 대체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저탄소 재료 및 제품에 대한 공식 ‘저탄소’ 인증 제도가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동일 기능의 일반 제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제품에 대해 ‘저탄소 제품’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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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인증 마크가 부여된 설탕.[X(구 트위터) 갈무리]



‘저탄소’ 제품에 대한 구매 의사도 적지 않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9.6%는 고탄소 제품보다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심지어 46.4%는 가격이 5% 미만으로 비쌀 경우에도 저탄소 제품을 사겠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곳도 많지 않은 데다, 대중의 인식도 부족하다는 것. 정부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친환경·저탄소 농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배 난이도에 비해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데다, 안정적인 판로 형성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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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지구식탁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윤지로(왼쪽에서 두번째)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이날 강연자로 나선 ‘탄소로운 식탁’의 저자 윤지로 작가는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 비율, 단위 면적당 농약·비료사용량 등 정책 목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먹거리 생산 방식을 바꾸려면 다같이 변화해야 하지만,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보라미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저탄소 식단에 대해 시민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지만, 배달이나 포장, 식탁 등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은 요소요소에 있다”며 “실제 먹는 게 탄소 감축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등 생각하는 소비자의 가치관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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