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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직접 등판해 일본 압박…‘관세 전쟁’ 중국에 쫓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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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부활절 기도회 및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관세 첫 장관급 회담에 직접 등판해 일본을 압박했다. 중국과 관세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미국이 자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은 동맹국인 일본을 먼저 협상 대상으로 삼아 안보 문제까지 엮어 서둘러 성과를 내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17일(현지시각) “(일본은) 미·일 장관급 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에 부과한) 관세 조처가 매우 유감스럽다는 점과, 일본 산업과 투자, 고용 확대에 대한 영향을 설명한 뒤, 관세 재검토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야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처한 상황과 관세 조처의 배경을 솔직히 언급하며 ‘일본과의 협의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한국보다 1%포인트 낮은 24% 상호관세를 책정한 상태다. 다만 상호관세는 지난 10일 발효 반나절 뒤에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는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1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장관급 관세 협상이 열렸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50분간 면담한 뒤, 별도로 베선트 장관 등과 75분간 장관급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자신도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회담 장소는 원래 예정됐던 재무부가 아니라 백악관으로 변경됐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뒤 “나는 (대통령에 비해) 격이 낮은 중에도 낮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해줘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빨간 색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받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면담 뒤 트루스소셜에 “일본 무역 대표단과 방금 만났다”며 “큰 진전”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본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미국이 관세 전쟁에서 비교적 협상이 용이해 보이는 상대를 골라 먼저 성과를 내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회담 뒤 “미국이 (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안에 협상을 성사시키려는 생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100% 넘는 상호관세로 ‘관세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수세에 몰리자, 다른 관세 부과국 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빠르게 마무리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미·일 첫 관세 협상에서 합의 내용은 일단 세 가지다. 우선 두 나라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관세 협상을 마치고 정상회담을 통한 공동 발표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또 이달 안 2차 협상을 위해 일정 조정을 진행하고, 협의는 장관급뿐 아니라 실무급으로 확대한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두 나라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애초 미국은 일본의 비관세 장벽을 비롯해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과 주일 미군 방위비 인상, 달러 대비 엔화 가치에 대한 불만 등을 공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 협상단의 미국 도착 전 트루스소셜에 “일본이 지금 관세와 군사 지원(방위비), 무역 공정성을 협상하기 위해 (미국으로) 오고 있다”며 이미 세 가지 회담 의제를 특정한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면담 때 주일 미군 주둔 비용 등 방위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자리에서 ‘미국만 일본 방어 의무를 지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관세 문제를 방위비와 연계하려는 태도는 다음주 미국과 협상을 앞둔 한국에도 민감한 사안이다. 곧바로 이어진 장관급 회담에서는 주로 대일본 무역 적자 해소 방안이 논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가) 국가 방어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제조업 능력을 손상시키고 있다”며 “상호관세 등으로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고 국내 제조업을 강화하는 게 국가 안보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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