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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하나의 전구’ 구상, 거론조차 용납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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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하나의 전구’ 구상, 거론조차 용납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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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가 미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페이스북 갈무리

일본 해상자위대가 미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페이스북 갈무리


일본 방위상이 미국에 미·일이 한반도·동중국해(대만)·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로 파악해 이 지역의 우호국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상을 전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안 그래도 살얼음판 같은 미-중 갈등을 증폭시키고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등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논의를 가속화할 수 있다. 우리 군이 대만·남중국해 사태에 연루될 위험도 커진다. 일본은 중국과 쓸데없는 갈등만 부추기는 ‘무리한 구상’을 접고, 서로 공존의 영역을 넓히는 대화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아사히신문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일본을 찾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일본은 ‘하나의 전구’라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한국 등을 하나의 전역으로 파악해 연대를 강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환영한다”고 밝혔고, 이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다시 이 얘기를 꺼내며 우호국들 간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전구는 전쟁 때 하나의 작전이 실행되는 지역을 뜻하는 군사 용어다. 결국, 한반도부터 대만이 있는 동중국해와 중국이 바다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까지 ‘하나의 전쟁터’로 보고, 모두 힘을 합쳐 중국에 맞서자는 주장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국 방어’가 목적인 주한미군의 성격이 ‘대중 견제’ 쪽으로 급격히 변할 수 있고, 우리 역시 동중국해나 남중국해 사태에 협력을 요구받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23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실제 한반도와 대만이 같은 전쟁터로 묶이게 되면, ‘협의’를 넘어 ‘공동 대응’의 의무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중국 견제를 지상 목표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얘기가 없겠지만, 한·일은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사실상 ‘모든 갈등’에 연루될 위험이 커진다. 한·일 간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 때문에 완전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한국은 다르다. 우리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피를 흘리게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전구’ 구상은 거론조차 용납해선 안 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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