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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연방 지원금을 무기로 미국 대학의 진보적 색채 지우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에 반기를 든 하버드대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보조금 동결 ▷세금 면제 지위 박탈 ▷외국인 학생 비자 제한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하버드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정책은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진보 성향 기관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문화 전쟁의 전선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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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버드대.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연방 지원금을 무기로 미국 대학의 진보적 색채 지우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에 반기를 든 하버드대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보조금 동결 ▷세금 면제 지위 박탈 ▷외국인 학생 비자 제한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하버드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립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정책은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진보 성향 기관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문화 전쟁의 전선이라고 보도했다.
“하버드는 웃음거리”…보조금 동결 이어 유학생 비자도 압박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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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 해당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는 ‘웃음거리(joke)’”라며 날선 비판을 했다. [트루스소셜 캡처]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는 ‘웃음거리(joke)’”라며 “하버드는 증오와 어리석음만 가르치고 있으니 더 이상 연방정부 지원도 받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는 심지어 더 이상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며 “그 어떤 세계 명문대 목록에도 고려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보조금을 막은 데 이어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문제까지 ‘압박용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법·폭력 활동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하버드대에 보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 박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이다. 대학들은 SEVP의 인증이 있어야 학생 등에 유학생 자격증명서(I-20) 등을 발급할 수 있다. I-20은 비자 승인에 필요한 핵심 서류다. 국토안보부의 ‘SEVP 인증’ 취소가 현실화할 경우 외국인 학생들의 하버드대 수학 기회가 막힐 수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보고 요건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대학은 외국인 학생 등록 권한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예고한 보조금 취소와 면세 지위 박탈을 현실화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놈 장관은 하버드대에 대한 총 270만달러(약 38억원) 규모의 국토안보부 보조금을 취소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는 하버드에 대한 22억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동결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세청(IRS)도 하버드대에 대한 면세 지위 박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은 이날 전했다.
“양보하지 않겠다”…하버드 저항 뒷받침엔 든든한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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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건물에 표시된 로고. [AP] |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수단을 동원해 옥죄기에 나섰지만 하버드대는 여전히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 뒷배는 교내 자체 기금이다.
하버드대 측은 이날 놈 장관이 보낸 서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학교의 독립성을 포기하거나 헌법상 권리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지난해 기준 약 530억달러(약 75조6000억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대학들 가운데 가장 많은 기금 규모다. 지난 3월에는 하버드대가 7억5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와 벌이는 대립에는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수호하는 대학들의 상징성도 있다.
하버드대는 1636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으로, 1776년에 독립한 미국보다 역사가 140년이나 길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미국 사회 곳곳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좌파 엘리트의 성채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라이언 에노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는 본질적으로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적’이다”며 “미국의 전통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서 하버드대가 이번 요구에 거부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하버드대 반(反)유대주의 정책 개입을 “불법적 억압”이라고 규정하며 직격했다.
15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에 “하버드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거친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모든 하버드 학생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 속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취했다”며 “다른 교육기관들도 이 같은 행보를 따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실제 대학가에선 하버드대와 연대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예일대에서는 수백 명의 교수진이 공개서한을 통해 “미국 대학들은 민주사회의 기반이 되는 원칙인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에 대한 비상한 공격에 직면해 있다”며 “교수진이 한목소리로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스탠퍼드대는 총장과 교무처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국가의 과학 연구 역량을 망가뜨리거나 정부가 민간 기관을 장악하는 방식으로는 건설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역설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역시 전날 하버드의 뒤를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고등교육 비영리조직인 미국교육협의회(ACE) 테드 미첼 회장은 “하버드가 이런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면 다른 기관들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유리한 입장이지만…지원금 동결 따른 피해 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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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로이터] |
전문가들은 이 대립이 법정으로 이어진다면 하버드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조차 관점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연방정부가 언론, 출판, 종교, 집회, 청원 등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며 여기에는 표현·학문·사상의 자유도 포함된다.
헤리티지 재단의 교육 전문가인 애덤 키셀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지 않은 채 개인의 발언을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하버드대가 넉넉한 기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사용처에 대한 제한이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지원금 동결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금은 상당 부분 기부자에 의해 사용처가 제한돼 있어 당장 연방 보조금의 결손을 막는 데 사용하기는 어려워서다.
나아가 국세청에 의해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세 지위까지 박탈되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대학에 대한 기부금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까지 영향을 받을 경우 초부유층의 기부금 규모도 축소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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