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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부터 한덕수까지…헌재는 계속 ‘권한대행의 한계’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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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APEC 정상회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APEC 정상회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2인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한 것을 놓고 국민의힘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헌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데 이어 한 권한대행의 근거 없는 ‘알박기’ 인사까지 제동을 걸자 국민의힘은 ‘정치재판소’가 됐다며 불복까지 시사했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과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과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 그리고 이번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일관되게 ‘권한대행의 한계’를 지적해왔다. 헌재 결정문을 통해 국민의힘의 주장을 다시 따져봤다.

“권한대행도 대통령 권한 가능” 주장에 헌재 “본래 신분상 지위 따라야”


17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헌재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에 유감을 표하며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라면 일부 권한행사에 제한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현재의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는 헌법상의 대통령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해 명확히 표시된 바는 없다. 그러나 ‘현상 유지’ 정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게 맞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헌재 역시 앞선 사건들에서도 일관되게 이를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헌재는 다수 의견으로 “헌법 제71조가 규정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로써 ‘권한대행’ 또는 ‘권한대행자’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그 때문에 대통령이 아니라 본래 신분상 지위인 국무총리 지위에 따르는 것이 맞고,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도 국무총리 기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헌법재판소는 국가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판결을 독점하고 있다”며 “삼권분립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헌재 결정과 삼권분립 훼손은 전혀 관계없다는 점에서 근거없는 주장이다. 헌재는 오히려 최 부총리의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선 국회 권한을 명확히 짚어 삼권분립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헌재는 이 사건 결정문에서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선출권은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것”이라며 “대통령 또는 그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있다며 정당한 사유없이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행정부가 입법부 몫으로 정해진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미루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최단기간 가처분 결정” 주장도 틀려…이진숙 땐 나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헌재는 가처분 신청 접수 5일 만에 결정을 내렸다. 이는 헌재의 최단기간 결정”이라고 말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헌재는 지난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탄핵 심판 정족수를 7인 이상으로 규정한 헌재법에 대해 낸 가처분을 나흘 만에 인용했다.

“국민의힘이 신청한 가처분은 대놓고 무시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세력에 유리한 가처분은 신속하게 인용한다”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 헌재가 이번 사건 가처분 신청을 빠르게 처리한 건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행위가 향후 위헌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의 헌법상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헌재는 “후보자들이 임명되고 나면 신청인이 이들의 헌법재판 심리 관여를 막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이들이 관여해 결정 선고를 내리면 재심이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며 긴급성의 필요를 인정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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