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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움직이는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불법 관세"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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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움직이는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불법 관세"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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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대 "석유화학·철강 산업 구조개편 불가피"…대책 논의
트럼프 흔들리자 나서는 유력 인사들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뉴섬 주지사
트럼프 상대 공개 반기... "권한 남용"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주지사가 16일 캘리포니아 세레스의 아몬드 농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레스=AP 연합뉴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주지사가 16일 캘리포니아 세레스의 아몬드 농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레스=A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 참패 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온 민주당이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으로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자, 당 재건의 구심점이 될 만한 유력 인사들이 '반(反)트럼프' 기치를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해 최고 145%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한 것은 불법"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회의 동의 없이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비상사태 자체가 근거 없는 조작이고 따라서 관세 부과는 권한 남용이라는 게 뉴섬 주지사의 입장이다. 그는 법원에 "관세 조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시행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캘리포니아주, 테크기업·농업 관세 피해 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며 소송을 낸 것은 미국 50개주 가운데 캘리포니아가 처음이다. 뉴섬은 트럼프의 관세가 캘리포니아에 '불균형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소송의 이유로 들었다. 캘리포니아는 애플, 엔비디아 등 몸값 비싼 테크기업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를 품고 있다. 동시에 미국 최대 농산물 산지이기도 하다. 수출 비중이 큰 테크업계와 농업계는 관세 전쟁으로 가장 큰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러나 뉴섬이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나온 것은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섬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꾸준히 거론되는 인사로, 두 번째 주지사 임기를 2027년 마친 뒤 2028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통령 같은 유력 정치인의 대척점에 자신을 위치시켜 선명성을 부각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 흔히 쓰는 전략이다. 뉴섬은 이날 "트럼프는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을 배신했다"며 "우리는 절대 그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권익 비영리단체 'ACRD' 전국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사회보장제도는 단순한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성한 약속”이라며 “7,300만 미국인이 이 제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신뢰를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시카고=AP 뉴시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장애인 권익 비영리단체 'ACRD' 전국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사회보장제도는 단순한 정부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성한 약속”이라며 “7,300만 미국인이 이 제도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신뢰를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시카고=AP 뉴시스


트럼프 지지율 42%로 최저...바이든·오바마도 트럼프 비판


뉴섬이 이 시점에 목소리를 키우고 나선 것은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을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날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42%에 그쳤다. 1월 취임 후 최저 기록이다.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전날 퇴임 후 처음으로 나선 공개 연설에서 "취임 100일도 안 돼 엄청난 피해와 파괴를 가져왔다"며 트럼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같은 날 모교에 대한 트럼프의 '면세 지원 폐지' 압박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