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 안달 블루오카캐피탈 창립자 겸 CIO 방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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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 안달 블루오카캐피탈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 주식시장 내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 장기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블루오카캐피탈]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높은 기술 수준과 실적, 안정적 현금 흐름 등에 비해 한국 증시 상장주들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습니다. 블루오카캐피탈이 이미 고평가 상태인 일본·중국·홍콩 증시 대신 한국 중·소형주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렌 안달 블루오카캐피탈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주식 시장에 적극 투자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안달 CIO는 국내 증시의 현주소를 두고 5년 전 일본 증시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적극적인 증시 부양책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며 ‘잃어버린 30년’이란 장기 침체를 이겨낸 것처럼,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1년 정도 지난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란 게 안달 CIO의 설명이다.
그는 “밸류업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및 투명성 제고 움직임이 강화하고 있는 점은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중요 포인트”라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더 원활해질 경우 한국 주식 시장은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증시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하고, 성공 가능성을 낙관하는 만큼 블루오카캐피탈은 한국 증시에선 ‘롱(Long·매수) 포지션’ 투자에만 집중하겠다고 안달 CIO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1일부터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재개됐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결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안달 CIO는 “‘쇼트(Short·공매도)’ 포지션을 취할 생각이었다면 이미 고평가된 종목이 많은 미국 증시에 자본을 더 투자하고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증시에선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장기 투자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기회가 열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발생한 정치적 혼란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전혀 아니었다는 게 안달 CIO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증시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목적을 지닌 블루오카캐피탈에겐 단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 판단한 일련의 정치적 위기는 문제 될 게 없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전후로 벌어진 정치적 혼란 상황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본시장이 세계 최고의 투자처란 점에서 볼 수 있듯,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앞으로도 강력할 것이란 믿음이 투자 결정에 더 중요한 요소였다”고 했다.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 출신인 안달 CIO가 이끄는 블루오카캐피탈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행동주의 투자사다. 매년 5~8개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주로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기업을 대상으로 활동한다. 경영권 확보보단 소수 지분을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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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 안달 블루오카캐피탈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 주식시장 내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발굴, 장기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블루오카캐피탈] |
안달 CIO는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 대형주보단 덜 알려지고 저평가된 우수 중·소형주를 발굴해 글로벌 투자자들에 투자 기회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을 중점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훌륭한 경영진이 탄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의 지분 5% 미만 비중만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투자사 경영진의 판단을 신뢰할 것”이라며 향후 경영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안달 CIO는 투자 대상 종목을 선정할 때 해당 기업이 보여주는 경영 성과가 만들어 낸 ‘데이터(숫자)’에만 집중함으로써 선입견과 편향된 시각 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게 블루오카캐피탈만의 철칙이라고 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진을 사전에 접촉하지 않고, 해당 기업에 이미 투자한 관련 인사들의 말을 배제한 채 자체 리서치 센터가 분석한 결과에만 집중해 의사결정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근 국내 1호 행동주의로 점 찍고 관련 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곳이 바로 DN오토모티브다. 블루오카캐피탈은 DN오토모티브 자회사 DN솔루션즈의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향상을 노리고 지분 매입에 나선다. DN솔루션즈는 오는 5월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을 준비 중이다. 블루오카캐피탈은 IPO를 통한 DN솔루션즈의 기업가치가 DN오토모티브 시가총액의 5배에 이르는 5조~6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안달 CIO는 “DN오토모티브 관련 영문 리포트를 발간한 데 대한 미국 내 펀드와 투자자들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좋은 기회를 왜 몰랐지’란 반응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진입을 곤란하게 하는 요소들을 해소하려는 추가적인 노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안달 CIO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 증시 상장사들이 영문 공시 등을 확대함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이 ‘숨은 보석’을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이 대다수인 만큼 국내 상장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안달 CIO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미국 내 다수의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한국 등 동맹국에 부과할 관세율은 이미 제시한 수치에 크게 미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 온 한국의 경우엔 협상 결과 등에 따라 오히려 다른 국가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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