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거래소별 거래 등 가상자산 특성 악용
변동률 초기화 시점에 대량매입, 가격 부풀려
30분 동안 초당 2회 주문으로 상승세 '눈속임'
가상자산만의 특성을 악용한 시세조종 수법으로 차익을 거둔 일당이 금융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이들은 특정시점에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유통량이 부족한 거래유의종목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최대 10배까지 가격을 부풀렸다.
17일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위 의결을 거쳐 가상자산시장 시세조종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특정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수십 개 종목을 대상으로 '경주마'와 '가두리펌핑' 수법을 사용해 시세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경주마'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가격변동 초기화 시점을 노린 시세조종 방법이다. 가상자산은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되는 만큼 매일 특정시점을 정해 가격 변동률을 초기화한다. 거래소별로 초기화 시점은 상이하다. 업비트·코인원의 경우 오전 9시, 빗썸은 0시다.
변동률 초기화 시점에 대량매입, 가격 부풀려
30분 동안 초당 2회 주문으로 상승세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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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가상자산만의 특성을 악용한 시세조종 수법으로 차익을 거둔 일당이 금융당국에 꼬리를 잡혔다. 이들은 특정시점에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사들이거나 유통량이 부족한 거래유의종목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최대 10배까지 가격을 부풀렸다.
17일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위 의결을 거쳐 가상자산시장 시세조종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특정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수십 개 종목을 대상으로 '경주마'와 '가두리펌핑' 수법을 사용해 시세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경주마'는 가상자산거래소의 가격변동 초기화 시점을 노린 시세조종 방법이다. 가상자산은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되는 만큼 매일 특정시점을 정해 가격 변동률을 초기화한다. 거래소별로 초기화 시점은 상이하다. 업비트·코인원의 경우 오전 9시, 빗썸은 0시다.
이들은 초기화 시점을 전후로 물량을 대량으로 사들여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20~30분 동안 초당 1, 2회의 주문을 넣어 차트상으로는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해당 시점부터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에서 '경주마'가 연상된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다수의 일반투자자들이 차트 정렬 기능을 이용해 등락률 순으로 종목을 확인하는데 이런 투자자의 습성을 악용한 것이다. 별다른 호재 없이도 급상승하는 종목을 매입하는, 단타성 투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추종매매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에는 오전 9시만 되면 일부 코인들이 급상승해 '약속의 9시' '9시 경주마'라는 신조어가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 돌기도 했다.
'가두리 펌핑' 또한 거래소별로 상장·폐지 등을 결정하는 가상자산시장의 특성을 이용한 수법이다. 가령 A거래소에서 B종목이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입출금이 중단되면서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노린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이때 A거래소는 '가두리' 상태가 되는데, 유통량이 부족한 중소형 종목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만을 투입해도 시세조종이 가능해진다. 일당은 이런 방식으로 가격과 거래량을 급등시켜 한때 가상자산 가격을 다른 거래소보다 최대 10배 이상 급등하게 만들었다. 시세조종이 끝난 이후에 가격은 급락해 이전 가격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매매에 의한 시세조종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이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에 이르는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당국 관계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시간에 가격이 급등할 경우 추종매매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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