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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부동산' 실패 덮으려 102차례나…국가통계 손댄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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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3.19.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102차례나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문재인정부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통계청은 당시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소득통계 결과를 왜곡, 조작했고 고용 관련 통계 발표에도 부당하게 개입해 왜곡된 내용으로 공표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17일 발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가 국가정책의 토대인 주요 국가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 등을 왜곡·수정하는 등 다수의 위법·부당행위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청와대와 국토부, 부동산원, 통계청 관계자 총 31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아울러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통보하고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국토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감사결과를 사안별로 살펴보면 우선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국토부는 통계를 사전제공 받은 후 시장 상황이 안정되거나 부동산 대책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개입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 이러한 수치 조작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총 102회에 달했다.

애초에 청와대와 국토부가 받은 통계수치는 통계법상 외부에 제공 또는 누설할 수 없는 자료들이었다. 이렇게 받은 통계를 토대로 청와대와 국토부는 정확성·객관성이 결여된 예측치를 부동산원에 요구하거나 특정 수치로 변경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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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2019년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 방향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청와대는 국토부에 "시장을 똑바로 보고 있는 거냐, 수치가 잘못됐다"라며 3차례에 걸쳐 양천구 주중치 재검토 지시했고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위에서 얘기하는데 방어가 안 된다. 재점검 부탁한다"라고 전달했다. 이에 부동산원은 양천구 주간변동률 하향 조정했다.


같은 해 하반기엔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면서 청와대와 국토부는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효과를 객관적 근거도 없이 통계에 반영할 것을 부동산원에 요구했다. 2019년 11월엔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으로 통계가 왜곡되고 있다"라는 비위 정보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접수되었는데도 이를 전달받은 청와대와 국토부는 제대로 된 조치 없이 변동률 왜곡 사실을 묵인하고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지속했다.

청와대 행정관들은 는 2020년 11월 서울 전세가격 변동률이 높게 보고되자 "진짜 다음 주는 마사지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저희는 그간 계속 마사지를 해와서 이제 올리나 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받는가 하면, 12월 다른 부서로 전보 예정된 국토부 담당자에겐 "그동안 고생 많았다. 가기 전에 마사지 좀 하고 가라"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원은 표본보정 명목으로 표본가격을 조작하거나 표본을 전면 교체하는 방법으로 통계를 왜곡·은폐하기도 했다. 2019년 1월 표본 1만2615건, 2020년 1월 표본 1946건의 가격을 시세대로 일괄 상향 입력하면서 전기 대비 변동률이 상승하지 않도록 이미 확정·공표된 전기 표본가격도 일괄 상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는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소득 부문) 통계에도 손을 댔다.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 가집계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등 왜곡했다. 특히, 2018년 1분기 소득 불평등(소득 5분위 배율)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나자 가중값 적용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덜 악화한 것처럼 소득 5분위 배율 수치를 낮추는 등 통계 결과를 왜곡 작성해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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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건배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0월이후 다섯달만에 여권 수뇌부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당한 것과 관련해 향후 이 사건이 미칠 파장에 대한 논의 및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언급한 최저임금 인상도 논의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중인 기간에 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 당정청 간에 불통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와 함께 이완구 총리와 신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5.3.6/뉴스1 /사진=뉴스1


특히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또 통계청으로부터 2018년 2분기 통계서술정보(작성 중인 통계)를 보고받고 수정을 지시했고 이에 통계청은 통계 결과를 왜곡 작성해 공표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도 왜곡했다. 2019년 10월 청와대는 당시 공표를 앞두고 있던 '2019년 8월 부가 조사'결과와 관련해 "비정규직(기간제) 급증이 예상되는데 이는 3월, 6월의 병행조사 영향으로 보인다"는 말을 듣고 통계청에 기간제 급증 원인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병행조사는 응답자가 조사 이전에는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라고 답변했다가 추가 질문으로 인지 오류를 해소하여 기간제로 답변을 바꾸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통계청은 청와대에 기간제 급증 이유에는 단시간 취업자 증가, 구인·구직 형태 변경(온라인) 등의 여러 원인이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기간제 79만5000명 증가는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병행조사 효과'가 주된 원인이므로 통계 결과 발표 때 이를 분석·설명하라는 취지로 언급하고 그 효과의 규모를 산정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 추정치에 대한 합리적 분석·검토 없이 청와대에 추정치가 23만2000∼36만8000명이라 보고하자 청와대는 "병행조사 효과가 이 정도냐.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인가"라고 하면서 병행조사 대응 방안 등을 보고토록 지시했다. 이후 통계청은 청와대가 언급한 숫자와 비슷하게 산정하거나 보도 참고자료(통계서술정보)를 변경하는 등으로 청와대의 발언 취지 및 지시를 반영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신 청와대 참모 및 총리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정책 포럼 '사의재'는 입장문을 내고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통계조작을 했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날조된 억지주장"이라며 반발했다.

사의재는 "통계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정책 효과를 판단하는 기본 수단으로, 모든 통계는 나름의 한계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이런 한계와 단점을 개선하고, 정확한 시장 상황과 정책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해당 국정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의무"라며 "그러나 감사원은 이런 일체의 노력들이 마치 통계조작의 의도로 이뤄진 것처럼, 상상 속의 소설을 창작해 냈다.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부풀리고, 증거와 진술을 취사선택해서 스토리를 꿰맞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는 반헌법적, 반국가적 내란 행위로 쫓겨난 윤석열정권을 향한 감사원의 마지막 충성"이라며 "동시에 헌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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