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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가 콕 집어 폐기한 차별금지법 강의…지난해 최고 수강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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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9일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앞에서 안창호 위원장의 혐오 발언에 대해 항의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인권단체 회원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난해 9월9일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앞에서 안창호 위원장의 혐오 발언에 대해 항의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인권단체 회원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올해 사이버 인권교육과정에서 유일하게 폐기한 ‘차별금지의 이해-차별금지법 왜 필요한가’(차별금지의 이해)가 지난해 성차별 예방 분야 과목 중 최고의 수강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올해부터 누리집에 있는 41개 사이버 인권 강의 중 차별금지의 이해만 폐기한 바 있는데, 차별금지법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 온 안창호 인권위원장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한겨레가 17일 확인한 인권위의 2026년 성인지 부문 예산서(안)에 포함된 2024년 성인지 결산서 평가결과를 보면, ‘차별금지의 이해’는 성평등 및 성희롱 예방 사이버 교육 콘텐츠 5개 중 1만8595명이 수강해 가장 많은 시민이 본 강의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한해 전체 성차별예방과정 수강자 5만4711명의 34%에 해당한다. 성희롱 예방교육 1만4206명, 표현의 자유와 차별금지 1만1488명, 성평등 교육 5697명, 차별예방 교육 4725명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차별금지의 이해’는 2020년 제작된 1시간짜리 동영상 강연으로,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비상임 인권위원)가 진행했다. 2022년 인권위 사이버 인권교육 콘텐츠 분석 연구용역에서 “누구든지 차별금지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하였다”는 우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수강실적을 통해서도 대표 강연임이 입증된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권위는 지난 3월 누리집에 있는 ‘인권교육센터'의 사이버 인권교육과목 41개 중 차별금지법(평등법) 내용 전반을 설명하는 ‘차별금지의 이해'만 폐기한 바 있다. 이에 취임 전부터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차별금지법을 비난해온 안창호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인권위는 이날 자료를 내어 “개별 법률(차별금지법)에 대한 정책 홍보 성격의 콘텐츠인 차별금지의 이해는 범용적인 내용을 다루는 사이버 인권 교육 과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현재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 논의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으므로, 해당 강좌가 정규 과정에 포함되는 것은 적절성에 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소수자 인권 옹호와 차별 금지를 가장 중요한 기관의 목표로 삼고, 그간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앞장서왔던 인권위 행보와 배치되는 설명인 셈이다.



성차별예방 사이버 과정은 인권교육을 통한 인권 존중 및 양성평등 문화 확산 등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공무원 및 교사,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해왔다. 2026년 관련 예산안은 1100만원 책정됐다. 성차별 예방 콘텐츠를 포함한 인권위 사이버 인권교육은 시민 누구나 회원 등록 절차 등을 거쳐 수강할 수 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2024년 한해 성차별예방과정 수강실적의 34%를 차지한 대표과목을 폐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차별금지법 반대 목소리를 내온 안창호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걸로 보이는데, 이는 인권위가 20여년간 해온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 업무의 폐기와 다름없다”며 “인권위는 조속히 정상화되어 인권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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