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불법 대포차량들이 위탁 장소에 보관되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
불법 대출을 받아 대량으로 대포 차량을 취득해 국내에 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포 차량 수십 대도 압수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사기·횡령·자동차관리법 위반·공기호부정사용 등 혐의로 외국인 등 40명을 체포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가운데 2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포 차량 전문 유통업자 2명은 급전이 필요한 외국인 명의자를 물색해 캐피탈 등 대부업체로부터 외국인 명의로 차량 가격을 상회하는 금액을 대출받게 했다. 총 8억9000만원가량이다. 유통업자들은 차량 가격을 공제한 금액만을 대출 명의자에게 제공, 나머지로 중고차량을 구매한 뒤 차량 명의를 해당 외국인으로 이전했다. 이후 유통업자들은 중고차 매매상으로부터 차량을 인도받았다.
피의자들이 대포 차량을 취득한 방식은 다양하다. 차량 권리자들이 무단으로 처분하는 차량을 채무 담보로 받거나 운행정지 차량에 다른 차량 번호판을 동일하게 위조, 부착하는 이른바 '번호판 갈이' 방식으로 대포 차량을 제작했다. 이후 대포 차량을 시중보다 저렴한 월 80만~100만원의 렌트료를 받고 관할청의 허가 없이 15명에게 렌트해 시중에 유통했다.
경찰이 압수한 대포차량 키와 번호판 고정 캡들의 모습이다. /사진= 서울경찰청 |
경찰은 대포 차량 26대와 피의자들이 번호판 갈이를 위해 보관하고 있던 번호판 고정 캡, 차량 키 등을 압수했다. 대포 차량 대부분은 고가의 수입차들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사건에는 무단 처분되는 리스 차량을 대포 차량으로 유통하는 기존 방식에 더해 중고차 매매업자와 결탁해 타인 명의로 사기대출을 받아 중고차 매매업자로부터 차량을 구매해 대포 차량으로 유통하는 신종 수법이 사용됐다. 대출 명의자만 대출금 반환 의무를 지고 대포차 유통업자, 중고차 매매업자는 손실 없이 온전한 차량을 취득·판매하는 방식으로, 대부업체가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경찰은 불법 대포 차량이 각종 범죄의 중요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현행 대포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 명령 신청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운행정지 명령은 차량 소유주의 신청 동의 또는 관할 지자체장이 과태료 체납 등 법정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직권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대포 차량 업자들은 대출 명의로 차량 소유권 등록 후 단 1%의 지분을 이전받아 차량 소유주 단독 신청에 의한 운행정지 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해 운행정지 명령을 피해 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의 인적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운행정지 명령 차량에 대한 방법 CC(폐쇄회로)TV, 주정차 단속 카메라 및 주차장 입·출차 시스템 등과 연계한 단속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엄정한 단속을 지속해 대포 차량의 조직적 유통을 근절하고, 건전한 자동차 유통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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