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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다시 불붙는 1기 신도시 2차 지구 경쟁…선도지구는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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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월 2차 지구 선정 기준 발표 앞두고 선도지구 탈락 단지들 분주
성남시, 분당 재건축 5년 치 물량 일괄 공모 검토…나머진 주민 입안·제안 방식 택할 듯
선도지구는 사업성 문제로 "공공기여 줄여달라"…제자리 재건축 요구 등 내홍 커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성남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탈락 단지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6월 중 신도시별 2차 지구 선정 방식과 규모 등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벌써 신탁사 또는 정비업계와 접촉하며 2차 지구 선정 경쟁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이미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들은 추가 분담금 문제와 통합 재건축에 따른 주민 이견으로 갈등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선도지구 경쟁에 참여한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도지구 경쟁에 참여한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6월 2차 지구 선정 방식 공개…지자체별로 공모·제안 나뉠 듯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 5개 지자체는 오는 6월 중 2차 사업지구 선정 방식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선도지구 발표 당시 "2차부터는 신도시별 정비기본계획에 순차 정비 개념을 도입해 공모 없이 주민 제안 방식으로 연차별 정비 물량 내에서 재건축을 승인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모 과정에서 지나친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과 피로감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2차 지구 이후 사업 방식과 규모는 지자체별로 달라질 전망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성남시는 올해 분당신도시 2차 사업 물량으로 계획한 1만2천가구를 비롯해 약 5만∼6만가구에 육박하는 5년 치 정비 물량을 올해 공모 형태로 한꺼번에 받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공모에서 떨어진 단지들이 매년 주민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5년 치 연차별 사업물량을 한꺼번에 받아 차수별로 재건축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현재 공공기여 비율을 연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분당신도시의 공공기여율은 현재 기준 용적률 326%일 때 10%가 적용되며, 용적률 상향에 따라 41% 또는 최대 50%로 높아지는 구조다.


그러나 2차부터는 사업 신청이 초기에 몰릴 것 등을 고려해 재건축 사업을 늦게 희망할수록 공공기여율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성남 외에 지자체는 공모 대신 주민이 직접 정비계획을 입안·제안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도지구 경쟁을 경험하면서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 축소와 재건축 사업 속도 조절 차원에서 주민 제안 방식을 선호하는 지자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2차 지구 지정이 가시화되면서 1차 선도지구 탈락 단지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특히 지난해 선도지구 지정에 전체 아파트의 70%가 몰린 분당 신도시의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정비업체나 부동산 신탁사 등과 접촉하며 2차 지구 신청에 대비하고 있다.

선도지구 경쟁에서 간발의 차이로 4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던 수내동 파크타운을 비롯해 분당 최고(最古) 단지인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 등 다수의 단지가 2차 지구 선정에 참여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분당이 또다시 대규모 공모 형식으로 연차별 사업지를 한꺼번에 선정할 경우 분당 일대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선도지구 공모 경쟁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한 단지들이 탈락 후에도 가격이 별로 내려가지 않았다"며 "후속 사업지 지정 경쟁이 치열해지면 호가가 다시 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 고양시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추가분담금 급등·주민 갈등 확산…갈 길 먼 선도지구 재건축

2차 사업지 지정을 앞두고 신도시별 재건축 정비 방향과 기반시설·교통계획 등의 밑그림을 담은 정비기본계획 확정 고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천 중동과 부천 산본이 기본계획을 고시한 데 이어 이달 9일에는 안양시가 평촌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위한 '2035년 안양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일산은 현재 정비기본계획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준비 중이며, 분당은 관련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말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중단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경기도가 지역구 텃밭인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대선에서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과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현재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도 여야 합의를 거쳐 만들어졌다.

주택공급 부족과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 여야 가릴 것 없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다행인 점이다.

그러나 1기 신도시 사업이 앞으로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선도지구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도지구 지정 단지들이 당시 과열 경쟁으로 시가 내건 가점 항목에 모두 '풀베팅' 하면서 공사비가 많이 늘어나고, 이로 인한 추가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분당 샛별마을·양지마을·시범단지현대우성·목련마을 등 선도지구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최근 성남시와 만나 추가분담금 경감을 위해 사업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지는 선도지구 경쟁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성남시가 요구한 공공기여 추가 제공(부지 면적의 5%, 가점 6점), 장수명 주택 최우수 등급 시공(3점), 전체 가구수의 12%를 이주주택으로 제공(2점)을 선택했는데 이 경우 공사비가 급등해 가구당 추가분담금이 최대 5억∼7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선도지구 주민들은 현재 성남시에 공공기여금 일괄 축소와 장수명 주택 및 녹색건축물 제로에너지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의 재건축처럼 장수명 주택과 제로에너지 건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면 일반분양 가구 수와 분양 수입이 늘어나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성남시는 그러나 신도시 정비사업은 특별법에 따른 사업으로, 애초 기반시설 등을 고려한 기본 용적률이 정해졌고, 용적률 상향을 위해선 공공기여가 증가하는 구조여서 추가 인센티브 개념의 용적률 상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성남시는 사업성 확보를 위해 건축비 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장수명 주택 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전체 가구수의 12%'였던 이주주택 확보 기준을 재건축으로 '증가하는 가구수의 12%'로 경감해주는 등의 방식이다.

신도시 정비사업이 통합 재건축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분당과 평촌 등지에선 단지별 이해관계에 따른 주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분당 양지마을의 경우 현재 수내역 인근의 금호1단지, 초림초교 인근의 청구아파트가 각각 재건축 후에도 위치 변동 없는 '제자리 재건축'을 요구하고, 다른 단지들은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선도지구 등 사업 차수와 무관하게 앞으로 자체 갈등이나 사업성 문제로 인해 재건축 추진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신도시 정비사업이 급하게 추진되며 선도지구 지정, 정비기본계획 고시 등 깃발을 꽂았지만, 주민 갈등과 낮은 사업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주민들 기대처럼 재건축이 빨리 진행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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