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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오가며 보폭 넓히던 한덕수, 정치적 타격 불가피 ['헌법재판관 지명'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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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후보지명 아닌 발표” 韓 주장 배척
총리실 당혹감 역력… “헌재 결정 존중”
“마은혁만 임명해준 꼴” 목소리 나와

韓대행, 광주 이어 울산 현대重 방문
美 주지사 만나 ‘미국통’ 이미지 강조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6일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된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선주자’ 행보를 연상시킬 정도로 연일 영·호남을 누빈 그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내릴지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영남의 산업거점 울산을 방문했다. 전날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영·호남을 연달아 방문하면서 온갖 정치적 추측을 낳았다. 마침 방한한 미국 주지사까지 만나며 ‘미국통’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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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연합뉴스


이날 오후 헌재에서 나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 소식에 총리실 내부는 술렁거렸다. 총리실은 인용 결정 직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준비한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내부는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 측은 헌재에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이 아니라 ‘발표’만 한 것일 뿐이어서 헌법소원과 가처분이 각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 측은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후보자 발표는 단순한 ‘의사 표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은 퇴임을 앞둔 재판관의 후보자를 발표만 했을 뿐 임명이나 지명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누군가’ 이미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과 이완규·함상훈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동시에 진행하는 정치적 묘수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간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발표를 ‘가장 한덕수답지 않은 결정’이라면서 배경에 대해 온갖 억측이 나돌았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 주자로 본격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번 헌재의 가처분 인용 결정이 한 권한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달 4일이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 재판관만 임명해준 꼴이 됐다”며 “이번 결정이 보수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에서 권오갑 HD현대 회장 등을 만나 해군의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다산정약용함을 건조 중인 독(도크)을 시찰하고 초계함에도 승선했다. 앞서 해외 파병부대인 청해부대를 격려하며 국군통수권자 면모를 강조한 데 이어 방위산업의 핵심인 조선소를 방문하며 지도자 이미지를 쌓는 행보를 한 것으로도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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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조선업 발전 기회”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앞줄 가운데)가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찾아 권오갑 회장(〃 왼쪽) 등 임직원들과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한·미 협력 강화는 우리 조선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날에 이어 친서민 행보도 이어갔다. 한 권한대행은 조선소를 찾기 전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에서 오랫동안 결식아동을 지원해온 ‘뚠뚠이 돈가스’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 식당 박종원 사장에게 “결식아동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마련해주신 분이 계신다고 그래서 꼭 한 번 뵙고 싶었다”며 “15년 동안 한결같이 그런 일을 해오신 것이 정말 존경스럽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뚠뚠이 아저씨와 같은 분들이 더욱 많아질 때 대한민국은 따뜻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서명을 남겼다. 전날 광주에서는 15년째 1000원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해뜨는 식당’에 식자재와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울산행에 앞서 무역사절단과 방한한 웨스 무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와 조찬 회동을 하고 한·미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 권한대행은 “메릴랜드가 미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잘 알고 있다”면서 주미대사 시절 메릴랜드주와 긴밀하게 교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퀀텀, 바이오·제약, 우주 등 첨단기술 산업의 중심인 메릴랜드와 한국 정부·기업·연구기관 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함께 미래산업 분야 발전을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어 주지사도 이에 “양자 간 협력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미 관계는 단순히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를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이며 한국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국가임을 잘 알고 있다”며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언급했고, 무어 주지사도 “미 행정부와 협상이 잘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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