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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개혁' 아이콘 유승민에게 닥친 위기…투명하게 대처해야

뉴스1 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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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협회장 시절 국가대표 바꿔치기·인센티브 부당 지급 의혹

'공정' 외친 유 회장, '행정적 착오'라는 식 대처로는 의혹 증폭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2025.1.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2025.1.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공정한 체육계를 만들겠다는 젊은 리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다. 순항을 이어오던 '유승민 체제'가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인데, 개혁과 혁신을 표방한 유 회장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유 회장이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불거진 의혹에서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4일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추천된 선수를 탈락시키고, 다른 선수로 바꾼 A협회에 대해 기관 경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취재에 따르면 A협회는 대한탁구협회다.

이에 따라 '유승민 회장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유 회장은 최근까지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 대한체육회장직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임기가 남아있던 탁구협회장 자리에서 사퇴했고, 이후 지난 1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유 회장은 불공정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이기흥 전 회장 체제의 3연임을 저지하고 새롭게 체육계를 이끌어갈 리더로 주목받았던 터라, 공정성을 의심받는 이번 논란은 그 파장이 더욱 크다.

상황은 이렇다. 스포츠윤리센터에 따르면 2021년 2월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2020 도쿄 올림픽(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개최)에 나설 탁구대표팀을 뽑는 과정에서, 추천위원회가 만든 평가 자료를 토대로 논의를 거듭한 끝에 여자 대표팀 3명 중 한 명으로 A선수를 선정했다.


그러나 회의 종료 후 유 회장으로부터 A선수보다 B선수가 성적이 더 앞서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전화로 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B선수로 교체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이 과정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를 다시 열거나 재심의한 사실이 없고, 선수 변경에 대해 문서화하거나 다른 위원 동의를 받은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절차상 오류를 지적했다.

같은 상황을 놓고 유 회장 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당시 유 회장은 다른 후보에 비해 성적 등 객관적인 지표가 떨어지는 A선수가 선발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고, 오히려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반려했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선거 도중에도 함께 경쟁했던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로부터 관련 사항을 지적받은 바 있다. 유 회장은 "근거 없는 네거티브다. 해당 선수와 내게 사과하라"고 밝혔는데, 최근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하면서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인센티브 부당 지급과 관련해 스포츠윤리센터는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해 기금을 유치한 임직원에게 성공보수 격으로 유치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 액수가 3억3500만원에 달한다.


이에 윤리센터는 인센티브를 받은 임직원 2명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는 한편 유승민 회장을 비롯한 4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규정 제정 과정에서 직무를 태만하거나 정관 등 규정을 위반하여 인센티브를 받아 간 사실이 확인됐다"며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한탁구협회에 대해서도 기관 경고와 함께 인센티브 전액 환수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유 회장은 "행정적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실수에서 비롯됐고, 그 과정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 초반 다양한 안건들을 의욕적으로 풀어내며 순항 중이었다.

이번 논란은 '유승민 체제'가 맞이한 첫 리스크다. 그래서 이를 얼마나 잘 대처하고 풀어나가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논란에 책임을 지고 이견 없이 사태를 잘 해결한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대처 능력으로 유승민 회장은 오히려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남 탓, 환경 탓으로 변명하고 두루뭉술 넘어간다면 '변화'를 외친 새 리더의 개혁 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위기 의식 때문인지 유 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유 회장은 1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회원종목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사과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해 같은 날 SNS에는 "조사 결과에 대한 소명은 앞으로 법적·절차적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뤄질 것이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면서 "대한체육회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 속에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자세로 스스로에게 더 채찍질하겠다"며 사과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번 문제를 더 꼼꼼히 살피고 책임을 지는 발언과 행동이 필요하다. 무조건 고개를 숙이라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함께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뒤따르면 된다.

유 신임 회장은 공정한 체육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업무를 진행하던 찰나였다. 유 회장을 위해서도, 체육계에 진정한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많은 스포츠인을 위해서라도 유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이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한체육회기를 흔들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유승민 제42대 대한체육회장이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한체육회기를 흔들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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