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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다. 기대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사 모으고, 또 키워서 만든 타선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4월 6일까지 한화는 시즌 첫 13경기에서 팀 타율이 0.169에 머물렀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513에 불과했다. 리그에서 압도적인 꼴찌였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얼굴에서도 ‘안 풀린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수치였다. KBO리그 역사상 1할대 팀 타율을 기록한 팀은 없었다. 가진 실력이 이 정도일 리는 없었다.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뭔가 눌려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타순을 돌려보고, 이리저리 1·2군 선수를 순환해봐도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 전 묵묵하게 훈련에 임할 뿐이었고, 김경문 한화 감독은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말로 선수들을 감쌀 뿐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터질 시기가 언제일지는 확답하지 못했다. 그만큼 답답한 시기였다.
그랬던 한화가 달라졌다. 한화 타격이 지난 주부터 서서히 살아나더니, 이제는 특별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한화는 4월 7일부터 4월 15일까지 8경기에서 팀 타율 0.313, 팀 OPS 0.836을 기록하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번 터지자 타선이 연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 기간 노시환(OPS 1.144), 플로리얼(1.115), 채은성(1.053) 등 베테랑 선수들의 타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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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신 선수들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웠다. 팀 타율이 1할대인데, “이것보다 더 나빠질 수가 있겠나”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달려 들었다. 김경문 감독부터가 그런 자세를 권장했다. 안 좋을수록 편안하게,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라고 독려했다. 그렇게 선수단이 집단 슬럼프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주장인 채은성은 16일 경기 후 “1군에서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전체적으로 다 못하는 게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도대체 너네 왜 그러냐’는 은퇴하신 형님들 전화도 많이 받았다”면서 “감독님께서 항상 힘도 많이 넣어주시고,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아질 일밖에 없다, 더 바닥은 없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 같다”고 그간의 과정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노시환 또한 “우리가 하위권이었고 또 타선도 많이 침체가 돼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었다. 어차피 지금 맨 밑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하니까 또 선수들이 이렇게 조금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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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은 “작년에 개막을 하고 (시즌 초반) 8연승을 했는데 위에서 쭉 내려왔다. 올해는 밑에서 시작을 한다. 조금 편한 마음으로 제일 위를 바라보며 가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지금 우리가 보여주는 경기력이 분명히 우리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 시즌 동안 이렇게 계속 좋은 감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탄탄해진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하다 보면 충분히 올해 좋은 성적이 날 것 같다”며 팀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채은성 또한 “지금 (팀 분위기가) 좋다. 우리 투수들이 워낙 좋으니까 타격에서 조금만 했다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우리가 더 압박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분위는 좋다”면서 “일단 계속 어려운 투수들을 만나도 선수들이 잘 풀어주고 또 투수들이 잘 막아준다”면서 한화의 도약을 다짐했다. 한화가 너무 늦지 않게 순위 싸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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