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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압박 후 약달러 정책 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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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폭탄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전문가들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한 후 미국과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5% 상호관세는 미국의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협상의 시작점일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에도 협상에서 최대치를 제시한 뒤 조정하는 전략을 써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급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이 기업을 미국으로 이전할 적기”라고 주장하며 투자 유치를 강조했지만, 과거 인센티브를 약속한 뒤 축소하거나 철회한 사례를 감안하면 단기 유인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정부가 FTA 상대국임을 강조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 미국 기술 생태계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호관세 협상 이후 미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달러 가치를 낮추는 ‘제2의 플라자 합의’ 시도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보고 외환 시장 개입을 제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달러 매각 등 환율 안정 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환율 불안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증시 변동성 확대 등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경이코노미

미국 외 시장 찾아나서야

생존 전략으로 전문가들은 생산기지 다변화를 강조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따라서 한국 기업은 이에 맞춰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에 생산 거점 마련 외에 2020년 발효된 무역협정 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하기로 한 멕시코에도 공장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봐야 할 때란 의견이다.


물론 미국은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려 상호관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구교훈 회장은 “국내 생산, 미국 현지 생산, 우회 수출국 생산을 조합해 물동량을 분산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이와 별도로 정부 차원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과 연계한 ‘원샷 협상’으로 비관세 장벽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대안은 결국 산업 구조 고도화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관세 사태는 한국의 수출 주도형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한국이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 구조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 문화예술,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대종 교수는 구체적 로드맵으로 “1단계는 소재·부품의 기술 자립화와 국산화, 2단계는 AI·빅데이터 기반 신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3단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맞춘 다국적 생산 거점 확보와 디지털 통상 인프라 구축”을 제시하며 “정부의 세제 지원과 정책 금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규제 개혁이 필수적이다. 허윤 교수는 “노동 시장 유연성 확보 등 규제 완화 없이는 산업 구조 개편이나 공급망 국산화가 불가능하다”며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관세 폭풍 속 생존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5호 (2025.04.16~2025.04.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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