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월 중순, 벚꽃이 한창인데 때 아닌 폭설에 우박까지 쏟아졌죠. 이게 사과 농장, 또 양봉 농가 등에는 재앙 같은 날씨였다고 합니다.
나무가 얼어붙고 꿀벌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태가 잇따랐는데,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벌꿀 농장 근처에 사는 아이들에게 4월은 꿀벌이 윙윙 날아다니는 활기찬 봄날입니다.
[하이든/6살 : 날아다닐 때 윙윙 날아다녀요.]
[손지안/6살 : 꿀 바르고 있어요. 꿀을 따서 꿀을 만들어요.]
50년에 걸쳐 2대째 사과나무를 길러온 이 부부에게도 지금 이 계절은 꿀벌이 꽃을 다니며 수분을 돕는 시기입니다.
[이완규/충북 제천시 사과농가 : 꿀벌을 굉장히 기다리죠. 모든 농사는 자연이 많이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데 이번 4월엔 꿀벌이 날지도, 사과나무에 오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주말,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황미애/충북 제천시 사과농가 (지난 13일) : 지겹다, 지겨워. 가을아 들어가. 추워, 들어가.]
이씨는 이 우박을 '괴물'이라 불렀습니다.
[이완규/충북 제천시 사과농가 : 하늘이 진짜 갑자기 구름이 까맣게 이렇게 막… '헬게이트(지옥문)' 열린 것 같은 그런 느낌. 우박 괴물이 나오는 거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충북 지역에 때 아닌 눈비와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황미애/충북 제천시 사과농가 : 무슨 제가 돌을 맞는 줄 알았어요. 요즘에 날씨가 이상하긴 해도 눈비도 같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우박도 한 날 한 시에 그렇게… 모든 이상기후를 겪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도시 사람들은 "그냥 날씨가 변덕스럽네"하고 넘겼지만 동식물을 키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재앙 같은 일이었습니다.
[이완규/충북 제천시 사과농가 : 꽃 피는 시기에 이제 꽃이 이렇게 나와야 하는데… 수정을 해야 사과가 달리는데 쉽게 말해서 딱 얼어버린 거야. {꽃이 지거나 꽃이 얼거나 벌들도 꽃에 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겠네요.} 양봉농가에다 이야기를 해서 벌통을 빌려다 갖다 놓는 수밖에 없는데…]
'벌에 쏘일 수 있다' 이렇게 경고문까지 적힌 이곳, 제천의 양봉 농가입니다.
이 벌통엔 꿀벌이 살고 있을까, 없습니다.
[김병철/충북 제천시 양봉농가 : {벌통 안에 벌들이 왜 죽은지를…} 벌이 뭉쳐서 이렇게 한겨울을 나는데 벌들이 밖에 나가서 많이 죽다 보니까 돌아온 벌들도 역시 약해져요.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숫자가 안 되면 다 동사하게 돼요.]
꿀벌이 기온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기온이 영상 15도 이상일 때 잘 사는데 이렇게 춥거나 꽃 위에 눈과 얼음까지 쌓이면 날갯짓을 못 합니다.
[김병철/충북 제천시 양봉농가 : 꽃술 안에 꿀이 차있던 게 냉해를 입으면 그대로 얼어버려요. 벚꽃 속에 있는 꿀을 일벌이 가서 꿀을 빨아서 가져와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거죠.]
이 농가에선 급기야 꿀벌을 따뜻한 남쪽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김병철/충북 제천시 양봉농가 : {여기 지금 살아있는 벌들은 없어요?} 나머지 벌들은 여기서 골라서 저희가 남해로 내려갔습니다. 너무 추워서…남해 같은 경우는 그래도 영상 15도 이상을 유지하니까.]
청주의 또 다른 양봉 농가, 벌통을 열어봤습니다.
[정부용/충북 청주시 양봉농가 : 벚꽃 꿀이 들어왔나 안 들어왔나 확인해보는 겁니다. {꿀벌들이 가져왔을까요?} 가져왔죠. 이게 벚꽃 꿀이에요.]
제천보단 피해가 덜하지만 여기저기 꿀벌들이 쓰러진 모습이 쉽게 확인됩니다.
[정부용/충북 청주시 양봉농가 : 우박이 온다고 해서 양봉농가가 초긴장이 돼서 (벌통) 내부 1차 보온덮개를 설치하고 2차로 외부에 또 설치를…]
최근 충북 양봉 농가 2500여 곳에서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지자체도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다 보니 농민들 한숨은 깊어집니다.
[정부용/충북 청주시 양봉농가 : 우리 지구상에 꿀벌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인간이. 작물이 생산되지 않죠. 꿀벌이 그렇게 소중합니다.]
농민들은 요즘 매일 하늘만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그냥 4월치고는 날씨가 이상하다' 넘겨선 안 되는 이유는 지금 이 장면들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진형 / 영상편집 김동준 / 취재지원 권현서]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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