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희토류 수출 금지로 대응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수입 광물 자원의 국가안보 위험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도체·의약품에 이어 희토류에도 안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트럼프 관세'는 점차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를 경제 차원에서만 볼 수 없는 이유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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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미국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 뉴시스] |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0년을 맞은 2010년 미국산 닭발 등 닭고기 부산물이 자국 내 시장가격보다 낮다며 100%가 넘는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WTO로 가져갔다.
중국도 미국이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보호관세를 부과하자 2009년 이를 WTO로 가져갔다. 미 상무부가 중국산 대형 타이어에 추가 관세를 첫해 35%, 2년째 30%, 3년째에 25% 부과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반덤핑관세는 저가의 수입품에, 상계관세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다.
두 나라 대표는 WTO에 상대방을 제소하면서 이구동성으로 "WTO 규정을 준수하라"고 비난했다. 과거의 관세는 이처럼 무역에서 발생한 문제를 수술할 때 쓰는 메스와 같았다.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를 마치 메스처럼 들고서 WTO라는 수술실로 들어갔다고 표현할 수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여기에 비유하면 부엌칼을 들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이다. 미국이 전세계 모든 나라에 10% 보편관세를 부과한다면? 이 문제가 정말 경제의 영역에 있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미국의 역사로 봐도 '트럼프 관세'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다. 1890년 매킨리 관세법은 평균 관세율이 52%였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70%에만 영향을 줬다. 1922년 포드니-맥컴버 관세법은 GDP의 1.30%에,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GDP의 1.40%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트럼프의 10% 보편관세는 GDP의 18% 이상에 영향을 미친다. 상호관세까지 결정되면 미국 관세는 GDP의 절반 이상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 미국의 실질 GDP는 23조5420억 달러, 수입은 4조1100억 달러였다.
관세 문제를 가장 쉽게 설명한 건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프리드먼은 1978년 유타대학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타주에는 온실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나나 수입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바나나 재배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런데 그게 합리적일까? 우리가 철강 수입을 제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관세'의 불합리성을 바나나라는 예로 비판하는 것은 최대한의 선의를 담은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의 최종 목적이 미국에 제조업 공장을 들여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작 닭고기·타이어·바나나, 기껏해야 반도체·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자국 GDP의 절반을 판돈으로 건다는 주장까지 믿어줄 수는 없다. 트럼프 관세의 본질은 경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트럼프의 이번 '관세 부과 90일 유예'가 협상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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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무엇을 위한 협상 전략일까. 표면적으로는 '중국과의 관세 협상'을 뜻하지만, 속뜻은 여러 나라들과의 보편관세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협상팀이 4월 넷째주부터 미국을 찾아가는 건 상호관세를 줄이려는 것이지, 10% 보편관세에 토를 달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관세라는 행위는 결국 미국의 재정적자를 탕감하려는 시도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의 지난해 보고서는 관세·안보우산을 지렛대로 미국의 빚을 타국에 떠넘기고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보우산은 미군 재배치를 순화한 말이고, 속뜻은 캐나다나 덴마크를 위협했듯 '언제든 너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란 보고서는 미국이 전세계로부터 보호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기 좋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미국행 비행기를 물색 중인 각국 협상팀 대표들은 트럼프가 끝까지 '이것은 미국의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주는 데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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