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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정후를 테스트해?” 이정후, 4716억 스타 저격하더니 161㎞까지 공략… 패배에도 현지 언론 찬사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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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마치 지난해 부상으로 37경기 밖에 나가지 못한 한을 풀듯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다. 최근 들어 왜 샌프란시스코가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자신에게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겼는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콘택트, 장타, 주력에 이어 홈런포와 어깨, 그리고 강속구 공략까지 사실상 모든 것을 일주일 사이에 다 과시했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경기에 선발 3번 중견수로 출전, 4타수 2안타 1삼진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비록 팀이 경기 막판 힘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며 활짝 웃지는 못했지만 최근의 기세를 이어 가는 활약이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0.322에서 0.333으로, 시즌 출루율은 0.394에서 0.400으로, 시즌 장타율은 0.644에서 0.651로 모두 소폭 올랐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51로 올랐다.

지난 주말 뉴욕 양키스와 원정 3연전에서 홈런 세 방을 치는 등 눈부신 타격을 선보이며 전국적인 스타덤에 오른 이정후는 15일 필라델피아 원정 4연전 첫 경기에서는 5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다소 부진한 경기를 했다. 타격 사이클이 항상 좋게 이어질 수는 없는 만큼 부진이 장기화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갈림길이 바로 16일 경기였다. 게다가 이날 상대 선발이 빠른 공을 던지는 특급 좌완 헤수스 루자르도이기에 더 긴장되는 경기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헬리엇 라모스(좌익수)-윌리 아다메스(유격수)-이정후(중견수)-맷 채프먼(3루수)-윌머 플로레스(지명타자)-케이시 슈미트(1루수)-루이스 마토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타일러 피츠제럴드(2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이날 상대 선발인 좌완 루자르도에 맞서 우타 라인업을 짰는데 딱 한 명의 좌타자가 바로 이정후였다. 이정후의 최근 타격감과 기술 앞에는 좌·우가 상관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워낙 좋은 공을 던지는 좌완인 루자르도인 만큼 이정후도 적응하는 데 시간은 걸렸다.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는 2B-1S에서 4구째 포심패스트볼을 공략했으나 1루 땅볼에 그쳤다. 97마일(약 156.1㎞)의 빠른 공이었다. 이정후의 타이밍이 약간 늦은 듯했다.

팀이 2회 2점을 내준 가운데 이정후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이닝 선두타자로 나섰으나 이번에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87.1마일(140.2㎞) 스위퍼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이렇게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스위퍼를 참을 수 있는 좌타자는 많지 않았다. 이정후도 아쉬운 듯 돌아봤다.


하지만 반등의 조짐은 3회 수비부터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0-2로 뒤진 3회 선두 트레이 터너가 볼넷을 골랐다. 하지만 터너의 도루 시도를 베일리의 정확한 송구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후 브라이스 하퍼가 다시 볼넷을 골라 1사 1루로 샌프란시스코의 위기가 이어졌다. 한 방이 있는 타자인 카일 슈와버의 방망이가 힘껏 돌았고, 타구는 중견수 방면으로 떴다.

비거리가 356피트(108.5m)에 이르는 공이었지만 중앙 방면으로 떴고, 펜스까지는 가지 않고 그 앞에서 잡혔다. 이정후가 침착하게 낙구지점을 잡았다. 이날 바람이 많은 부는 여건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제법 멀리까지 날아간 타구인 만큼 3루 주자가 홈에 있을 때처럼 뛰어 내려오면서 잡기는 어려웠다. 이를 본 하퍼가 2루로 뛰기 시작했다. 태그업이었다.


하지만 이정후의 어깨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하퍼가 2루로 뛰는 것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집중력이 있었고, 곧바로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제자리 송구임에도 송구는 속도가 붙어 있었고, 원바운드로 2루수 피츠제럴드의 글러브에 쏙 들어갔다. 하퍼는 슬라이딩을 제대로 하기도 전이었다. 피츠제럴드가 여유 있게 태그를 해 아웃카운트 두 개가 한 번에 올라갔다. 이정후의 호수비였다. 벌랜더를 도왔다.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하퍼가 이정후를 테스트했지만,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하며 이정후의 송구를 칭찬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한 강견이다. 표본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송구 속도가 평균 94.2마일(151.6㎞)로 리그 상위 3% 수준이었다. 여기에 당황하지 않고 정확하게 송구를 한 것도 인상이 깊었다. 하퍼의 걸음이 아주 느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리그를 대표하는 준족 수준도 아니기에 잡을 수 있었다. 하퍼가 이정후의 어깨를 얕봤다면 큰 코를 다친 셈이었다.

분위기를 살린 이정후는 6회 드디어 안타를 때렸다. 2-2로 맞선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루자르도의 초구 스위퍼를 힘껏 잡아 당겼다. 1루와 우익선상 사이로 빠지는 코스였다. 이정후는 재빠르게 1루를 돌아 2루까지 서서 들어갔다. 이정후의 시즌 9번째 2루타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 2루타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맷 채프먼의 볼넷, 폭투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이정후는 아다메스의 유격수 땅볼 때 재빠르게 스타트를 끊어 홈을 밟았다.

샌프란시스코는 6회 벌랜더를 밀고 가다 역전을 당했고, 7회에도 2점을 내줘 3-6까지 뒤졌다. 하지만 8회 기회를 잡았다. 필라델피아는 3점 리드 상황에서 마무리 호세 알바라도를 8회 올리는 강수를 뒀다. 타순이 1~3번으로 이어지기에 일단 가장 강한 카드를 앞에 둬 막아보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라모스와 아다메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이정후에게 넘겨줬다.



알바라도는 시속 100마일에 이르는 굉장한 싱커를 던지는 투수다. 여기에 좌완이다. 이정후도 쉽게 공략하기는 어려웠다. 볼카운트 승부가 늘어졌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행운도 있었다. 1B-2S로 몰린 상황에서 4구째 바깥쪽 공이 볼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사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온 공이었다. 하지만 주심이 이를 놓쳤다. 기사회생한 이정후는 8구째 몸쪽 높은 쪽 코스의 100마일(161㎞) 싱커를 받아쳐 1·2루간으로 빠지는 적시타를 때렸다. 이정후가 좌완의 빠른 공도 쳐낼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만들어 준 추가 득점 기회를 놓치며 결국 4-6으로 졌다. 알바라도는 더 흔들리지 않았고, 9회는 스트람이 막았다.

하지만 패배에도 이정후의 활약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 유력지인 ‘머큐리뉴스’의 샌프란시스코 담당기자 저스티스 델로스 산토스는 경기 후 자신의 SNS에 “밥 멜빈 감독은 중요한 순간 저스틴 벌랜더를 밀어붙였지만 그 움직임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도 “이정후와 케이시 슈미트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면서 이정후의 공·수 활약을 인정했다.

이정후는 17일 필라델피아 원정 4연전 중 세 번째 경기에 나선다. 샌프란시스코는 좌완 로비 레이를 선발로 예고한 가운데, 필라델피아 선발은 우완 애런 놀라다. 놀라는 메이저리그 통산 104승을 거둔 베테랑 투수이며, 최근 3년간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등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활약한 선발 투수로 뽑힌다. 하지만 올해는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5.51로 부진하다. 우완으로 그렇게 빠르지 않은 공을 던지지만, 너클 커브라는 강력한 결정구로 구속 차이를 두며 물리적인 스피드의 약점을 보완한다. 이정후는 올해 변화구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좋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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