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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PL)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선수단 전원이 한국인으로 꾸며질 기세입니다. ‘해버지(해외 축구의 아버지)’ 박지성의 영향력이 이처럼 거대한 것이었을까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맨유 이적설’. ‘맨유 기사 없는 유럽파는 유럽파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럽에 진출한 한국 축구선수라면 맨유 이적설 한 번쯤은 나와줘야 ‘인정’받는 시대죠.
놀랍게도 이 ‘맨유 이적설’의 출처는 유럽입니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적 시장이 가까워질수록 반복되는 이적설이 한국까지 계속 넘어오고 있는데요. 그 내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선수 B, 맨유의 레이더망에 포착”
“맨유, 선수 C에게 공식 제안 임박”
비슷한 포맷으로 이어지는 이 기사는 매번 “영국·스페인·이탈리아 매체 ○○에 따르면”이라는 포맷으로 구성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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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팀 내 출전 시간이 줄어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도 맨유 이적 기사의 단골인데요. 프랑스 매체 ‘풋01’은 맨유와 크리스털 팰리스, 사우디 클럽까지 이강인에게 주목하고 있다며 ‘다수의 관심’을 언급했습니다. 이 보도는 다시 수십 개의 기사로 확대 재생산됐죠.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팀 토트넘의 리그 순위가 떨어지고 손흥민의 계약 기간이 임박하면서 계속해서 이적설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물론 여기서도 ‘맨유’가 빠질 수 없죠.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365’는 맨유가 손흥민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 맨유 간다더라'는 국내 기사까지 나왔지만, 실제로 공식 접촉은 없다는 것이 영국 현지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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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맨유 루머는 해외 축구 커뮤니티에서도 이제는 ‘오늘 축구 경기한다’ 수준의 일상적인 이야기인데요. “맨유는 매년 200명에게 관심을 가지지만 2명만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죠.
맨유 팬 사이트 ‘레드카페’에도 '이번 여름 맨유가 연결된 선수 수'라는 제목의 조롱 섞인 글이 매해 올라오는데요. 2024년 여름에는 '7월 중순까지 146명의 이름이 올라왔다'는 기록(?)이 이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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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0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SSC 나폴리’에서 뛰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이적설도 맨유와 함께했는데요. 맨유 이적설만 수십 건 나오던 중 김민재가 정작 이적한 팀은 바이에른 뮌헨이었죠. 이적 이후에는 맨유가 결국 공식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며 ‘맨유 이적설’이 그야말로 양치기 소년이 됐는데. 이탈리아 매체 ‘투토 나폴리’에 따르면 맨유는 김민재 측과 몇 달간 접촉했지만, 실제 제안은 하지 않았고, 커트오프사이드 소속의 이탈리아 축구 기자 파브리지오 로마노 역시 이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뮌헨으로 이적 이후에도 김민재는 맨유 이적생 대상자 보도에서 끊임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이러니죠.
현재까지 유럽파 선수들의 맨유 이적 루머 신뢰도를 보면 ‘낮음’ 수준인데요. 앞서 설명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외에도 황희찬(울버햄튼), 정우영(FC 우니온 베를린)에게도 공격 자원 영입 고려설, 과거 맨유 B팀 링크 루머가 나오며 보도가 됐는데요. 그야말로 백지의 ‘매우 낮음’ 신뢰도였습니다.
‘관심을 보인다’, ‘예의주시 중’이라는 말이 등장하면 실제 접촉은 없을 확률이 더 높은데요. 구단 관계자의 확실한 인용이 없으면 대부분 이렇게 처리되죠. 또 ‘첼시와 뉴캐슬이 경합 중, 맨유도 관심’ 등으로 타 구단과 엮은 다음 ‘빠지면 아쉽다는 듯’ 마지막에 맨유가 추가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팬들의 반응’이라는 이적설 후 2차 기사도 ‘실제 접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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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적설과 관련한 ‘해독’을 해야 하는데요. 익명 관계자 발로 ‘접촉설’, ‘가능성’, ‘관심’이 등장하는 ‘이적설’보다는 BBC, 스카이스포츠, 키커 등 축구 관련 공신력 있는 매체 보도가 조금 더 신뢰성을 갖습니다. 또 그 보도보다도 구단의 공식 발표, 구단 홈페이지, 선수 본인의 인터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확실하죠. 정식 발표 전 ‘확실한 예상’은 파브리지오 로마노의 입 정도입니다. 그는 2020년대부터 축구 이적 시장 정보와 관련해서는 매우 높은 명성을 얻고 있죠. 로마노의 SNS에 “Here we go”가 뜬다면 ‘99.99% 이적 확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적설 루머가 많은 이유는 결국 현대 축구의 정보 싸움에서 벌어지는데요. 이적 시장 시기에는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라도 자극적인 조합이 일상화되는 수준입니다. 맨유처럼 전 세계에 팬을 둔 구단은 루머만으로도 시장 반응을 일으키기에 너무 알맞죠.
심지어 에이전트들도 이를 활용합니다. 특정 구단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맨유도 관심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흘리는 건 오래된 기술이죠. 언론은 그것을 기사화하고, 팬은 기대하거나 피로해 하는 과정에서 가장 조용한 건 당사자인 구단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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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맨유의 주요 영입은 오히려 조용히 이뤄졌습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안드레 오나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등 핵심 전력 영입 때는 루머보다 실제 접촉 보도가 늦게 따라붙었죠.
이적설 루머는 시장 반응을 떠보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선수 측은 이를 활용해 자신이 어떤 팀들의 수요 선상에 있는지 파악하고, 구단은 언론에 흘려 경쟁 구단의 의중을 살피죠. 이 과정에서 ‘맨유’라는 브랜드는 언론, 선수, 구단 모두에게 쓸모 있는 카드인 셈입니다.
하지만 팬으로서는 허탈함도 큰데요. 매번 반복되는 루머 끝에 남는 건 “또 맨유냐”는 피로감이라고 말이죠. 자, 이제 우리도 ‘해독’을 해봅시다. ‘맨유가 예의주시 중’이라는 제목에 “이제 진짜 유럽파가 됐구나”라고 말이죠.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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